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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와 가장 비슷한 새 행성, 우주망원경 쓰레기통에서 찾다

    - ㆍ퇴역 망원경 관측 자료 정리하다 분류 오류 ‘케플러-1649c’ 발견

    편집국|20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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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에서 300광년 떨어진 ‘케플러-1649C’ 행성의 지표면 상상도. 중심 별과의 거리가 적당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ㆍ300광년 떨어져 있고 지구의 1.06배 크기에 추정 온도 등 빼닮아
    ㆍ행성 아닌 물체 여과 시스템 불안정 때문…뜻밖의 발견 더 나올 듯

    2014년 개봉한 미국 영화 <인터스텔라>는 정교한 과학적인 조언을 받아 제작된 영화로 유명하다. 자문역을 맡았던 킵 손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을 만큼 이 분야에선 세계적인 석학이다. 탄탄한 과학적인 기반 위에 그려진 대표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가 절망에 빠진 인류의 탈출구로 등장하는 ‘웜홀(Wormhole)’이다.

    웜홀은 병충해 때문에 제대로 자라는 작물이 드물고, 수시로 부는 모래폭풍이 호흡기 질환자를 양산하는 지구를 벗어나 다른 은하계로 순식간에 떠날 수 있는 지름길로 묘사된다. 족히 수만년 동안 우주선을 타야 하는 수고를 덜어줄 웜홀을 통과해 인류가 정착할 새 행성을 찾으려는 게 영화 속 과학자들의 목표다.

    결과적으로 <인터스텔라>에는 여러 후보 행성 가운데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적당한 대기와 중력, 단단한 땅을 지닌 것으로 보이는 행성이 한 곳 등장한다. 영화 마지막 무렵에 잠시 나타나는 ‘에드먼드 행성’이다. 이처럼 인류가 외계행성에 직접 도착해 두 발을 딛는 건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발판은 차근차근 마련되고 있다. 에드먼드 행성처럼 지구와 매우 닮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외계행성이 최근 우주망원경의 렌즈에 포착됐다.

    19일 미국 텍사스주립대 오스틴캠퍼스의 앤드루 밴더버그 연구원이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회보’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주인공은 바로 ‘케플러-1649c’라는 행성이다. 이는 지구에서 300광년 떨어져 있고 크기는 지구의 1.06배다. 태양보다 크기가 작은 ‘적색왜성’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데 19.5일이 걸린다. 이 행성은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쪼이는 빛의 75%를 받고 있다.

    ▲ 지구에서 6500만㎞ 떨어진 우주에 떠 있는 ‘케플러 우주망원경’.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외계행성 발견을 위해 운영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이런 조건들을 종합할 때 과학계는 케플러-1649c가 ‘생명체 서식 가능구역(Habitable Zone)’에 있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발견한 외계행성 가운데 크기와 추정 온도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대기가 얼마나 있는지, 있다면 어떤 기체로 이뤄졌는지에 따라 생명체 서식 가능성이 달라지겠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제2의 지구 후보’를 찾아낸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한다.

    사실 이번 연구가 이목을 끄는 이유는 따로 있다. 케플러-1649c를 발견한 건 2009년 발사돼 지구에서 6500만㎞ 떨어진 우주에서 2018년 임무를 종료한 외계행성 탐색용 망원경인 ‘케플러 우주망원경’이다.

    이 망원경에는 행성이 아닌데도 행성처럼 보이는 ‘오류 신호’를 감지해 자동으로 폐기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그런데 이 오류 신호가 모이는 가상의 쓰레기통에 뜻밖에도 지구를 닮은 이번 외계행성이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신호를 분류하는 기능이 잘못 작동한 셈인데, 이런 가능성에 주목한 연구진의 집요한 노력이 마침내 빛을 발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외계행성을 잡아내는 방식과 연관돼 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특정 별을 공전하는 행성이 망원경 렌즈 앞을 지날 때를 노린다. 아무리 작은 행성이라도 별 앞을 지나면 별 표면을 가리기 때문에 밝기가 조금은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 순간을 감지하는 것이다. 마치 전등 앞을 파리가 지나가면 빛의 밝기가 순간적으로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별 주변을 공전하는 행성은 별보다 너무 어둡기 때문에 직접 눈으로 관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어서 고안한 탐색 방법이다.

    그런데 관측을 하다 보면 꼭 행성이 아니더라도 별에 순간적인 밝기 변화가 생길 때가 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운영했던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별의 밝기가 외부 개입 없이 자연적으로 늘거나 줄어들 때가 있고, 별 앞을 행성이 아닌 다른 우주 물체가 지나갈 때도 있다. 이처럼 행성이 아닌 이유로 별의 밝기가 줄어드는 일을 자동으로 걸러내려고 만든 시스템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과학자들이 알게 됐다. 이에 일일이 쓰레기통을 뒤지다 발견한 뜻밖의 ‘보물’이 케플러-1649c다. 밴더버그 연구원은 NASA 홈페이지에 “만약 우리가 오류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손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해당 행성을 놓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뜻밖의 발견’은 또 나올 수 있다. 2018년 작동을 정지했지만 그동안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쌓아 놓은 자료가 워낙 방대한 덕분이다. 퇴역 전까지 공식적으로 발견한 행성만 2662개인데, 분석에 투입하는 노력에 따라 이 숫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국내 천문학계의 한 관계자는 “의미 있지 않은 관측 자료를 자동으로 걸러내는 시스템은 지상 망원경에도 널리 쓰인다”며 “하지만 정밀도가 높지 않거나 연구자의 의도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일일이 직접 확인해야 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최첨단 컴퓨터 시스템을 동원한 현대 천문학의 시대에도 인간의 눈과 손을 대체할 수 없는 일이 여전히 많다는 얘기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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