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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의달 기획특집] 미세먼지에 갇힌 삶과 공간, 사진에 담다

    - 한기애 작가 ‘Fine Dust’···산업화 시대 기록이자 희망의 메시지

    편집국|202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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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기애 사진작가는 미세먼지에 둘러싸인 이 시대의 실상을 기록하고 있다.  

    일상이 돼버린 미세먼지 속 도심은 황량하다. 한기애 사진작가는 누구나 눈살을 찌푸리며 빠르게 지나칠 희뿌연 풍경을 독자적인 감성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 맑은 풍경이 우리가 지향할 곳이라는 메시지를 필름에 담는다. 이는 인간 중심의 산업화 시대에서 벗어나 자연에 순응하며 더불어 살고자 하는 회귀정신을 담고 있다. <편집자 주>

    미세먼지는 기습적으로 우리의 생활공간을 점령한다. 한기애 작가는 2015년 겨울 한강변을 지나다가 짙은 먼지로 덮인 강변 풍경을 보고 불현듯 하루가 다른 대기 상황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이 부족했던 시기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가장 큰 문제였다. 또 가시적이지 않은 것을 가시적으로 만드는 데 있어 미세먼지라는 포괄적인 주제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심했다.

    국문학을 전공한 한기애 작가는 작품 구상 초기 김승옥의 ‘무진기행’에서 영감을 얻었다. 내면적인 안개를 정서적인 측면에서 표현해 독자의 공감을 끌어냈던 데에 주목해 작품에 미세먼지를 접목하는 기행을 보여주고자 했다. 회색 먼지로 가득 찬 공간을 찾아 헤매며, 매일 다른 공기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 Fine Dust 01 잠실. 

    한기애의 사진에는 뚜렷하고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작가는 오염된 일상의 풍경에 초점을 맞춰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체감케 하는 불길한 징후를 포착했다. 동일한 대상 혹은 장소를 미세먼지가 거의 없는 맑은 날과 미세먼지가 심하게 덮인 날을 선택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포맷으로 촬영한 뒤 두 사진을 겹쳐 맑은 날 일부를 보여주는 이중프레임으로 극명한 대비를 드러낸다
    .
    ‘Fine Dust’는 미세먼지를 의미한다. 작가는 자신의 사진을 통해 환경위기에 대한 공감과 행동 변화를 일으키기를 바란다. 일반적인 사진의 화법을 탈피하고, 두 장의 사진을 레이어하는 방식을 택한 이유다. 그는 맑게 갠 풍경과 미세먼지가 낀 풍경을 한 장의 사진 안에 겹쳐 이질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특히 사진 속 장소는 서울 광화문, 북한산, 올림픽공원 조각상, 잠실 롯데타워 등 명승지나 랜드마크가 있는 곳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 매우 익숙하게 자리하거나 아름다운 풍경으로 기억되는 장소들이 미세먼지에 점령당한 모습은 ‘우리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사유케 한다.

    ▲ Fine Dust 02 광화문  

    한기애의 사진은 언뜻 뿌옇게 먼지 쌓인 창문을 한쪽만 깨끗하게 닦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카메라의 초점을 조작해 왜곡시킨 사진 같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디지털 편집 프로그램으로 조작해 이미 원본으로서의 데이터 정보를 일부 상실해 버린 가짜 이미지 같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일련의 추정과 의심을 유발하는 한기애의 사진에는 사실 별다른 조작이나 왜곡도 없다. 그는 일상의 ‘사실’을 꾸밈없이 드러낸다. 카메라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풍경을 애초에 ‘보이는 대로’ 담아내고자 여타의 의도를 배제했다.

    그런데도 서로 다른 풍경을 중첩해 그 경계 사이로 산업화에 따른 대기환경의 변화를 밀도 있게 드러낸다. 한기애는 “미세먼지는 때로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하기도 한다. 다만 맑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을 대비함으로써 작품을 접하는 모든 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 Fine Dust 31 복정동  

    한기애가 찍은 낱낱의 사진은 명백한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갖는다. 그는 매일의 풍경을 비슷한 시간 같은 자리에서 사진으로 담은 뒤, 파노라마 사진처럼 이어 붙여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들었다. 작품 ‘Fine Dust 31 복정동 201901’은 31일간 그가 같은 풍경을 관찰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특정 기간 특정 장소에 대한 일기예보 사진처럼 한 장소에서 미세먼지의 가시적인 농도를 보여준다.

    그는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현장에 최소 10번은 방문한다. 구름의 위치, 빛의 세기, 미세먼지 농도 등 모든 것이 사진을 찍을 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장소를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촬영한다. 한 작가는 “길게는 몇 년이 걸리는 작품이지만,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고 말한다.

    작가는 여기서도 평범한 일상 풍경의 형태를 전혀 왜곡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형태를 재현하듯 엄격하게 지켜냈음에도 그의 사진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풍경의 형상보다는 절단면을 더욱 강하게 경험할 수 있어서다. 막대 그래프 같은 이 사진들은 미세먼지로 인한 일상의 위기를 솔직하게 전달한다. 나아가 미세먼지로 변형돼버린 공간과 갇혀버린 우리의 일상을 깨닫게 한다.

    ▲ Fine Dust 31 복정동 미세먼지·초미세먼지지수 2019  

    이처럼 ‘Fine Dust’ 연작은 산업화 시대의 기록을 남기려는 시도이자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한기애의 사진은 환경오염으로 모든 것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확산하고, 이에 대한 공감과 행동변화를 촉구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한 작가는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는 인류가 물질적 행복을 누리는 결과물로 나타난다. 소위 말하면 부메랑효과와 같은 경향을 보인다. 던진 사람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닌 누구에게나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모두가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국이 1952년 1만2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런던 스모그 사건’ 이후 강력한 대기청정법을 제정해 대기오염에서 벗어났듯이, 우리나라도 현재의 대기오염이 과거의 일이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나의 작업이 이 시대의 지표이자 흔적으로서 남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 한기애 작가는 사진을 통해 환경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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