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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토박이의 빨아쓰는 보호복, 유럽서 관심 쏟아졌다 - 영풍화성 양성용 대표 “고향 아픔 겪는데”…초등학교·병원에 기증도
  • 기사등록 2020-03-30 14: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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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양성용 대표가 대구 서구의 영풍화성 본사에서 비말 차단 보호복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으로 각국에서 의료장비 대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최근 대구의 한 중소기업이 10번을 빨아도 기능이 유지되는 보호복 개발에 성공했다. 섬유 가공업체 ‘영풍화성’이 그 주인공으로 비말을 막고, 습기는 빼는 데 더해 항균 기능까지 입힌 게 특징이다. 개발 소식에 독일 등 해외에서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영풍화성은 네 아이를 둔 다둥이아빠이자 대구토박이인 양성용(41) 대표가 5년째 이끌고 있다. 매출액 150억원대 규모로 60여명의 직원이 섬유를 개발하고 만든다. 양 대표도 대구에서 태어나 학사와 석·박사 모두 섬유공학을 공부한 ‘섬유 덕후’다. 지역 중소업체가 만든 보호복에 안팎의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일보가 지난 27일 그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양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중소기업으로서 쉽지 않았을 텐데 보호복 개발에 뛰어든 계기는



“네 아이를 둔 아빠이자 대구 토박이로서 사태의 심각성과 지역의 아픔을 두고 볼 수만 없었다. 국내뿐 아니라 유럽 등 해외 상황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원래 등산복 등 일반 의류에 기능성을 추가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했다. 2018년부터 마스크에 들어가는 나노필터 관련 소재를 연구 중이었기에 1월 중순쯤 다이텍연구소(대구의 섬유산업 전문생산기술연구원)와 공동으로 급히 개발에 뛰어들었다. 과거 방사선 차폐복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어 큰 도움이 됐다.”



-기존 보호복이나 마스크에 쓰이는 부직포가 아니라 폴리에스테르 직물을 사용한 게 특이하다



“보호복 소재 자체는 옷, 침구류 등에 쓰이는 직물과 동일하다. 다만 여기에 들어가는 기능성 물질이 크게 다르다. 특히 특수 가공 공정을 통해 원단의 틈새를 최소화해 항균·투습(땀 등 습기 배출) 등 특수 기능을 구현해 냈다. 비말 침투를 막는 기술은 특허 출원된 상태다.”



양 대표가 개발한 보호복은 비말 등 액체가 스며들지 않고, 향균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 사진은 흡수 테스트를 하는 모습으로 손으로 일정한 압력을 가해도 액체가 흡수되는 것을 차단한다. 영풍화성 제공

-기존 보호복과 차별화되는 기능은



“비말이 보호복을 뚫고 들어오지 않게 하고, 내부에 찬 습기는 곧장 밖으로 배출된다. 숨 쉬는 보호복인 셈이다. 특히 투습이 제대로 안 되면 심장 등 몸에 무리가 올 수 있는데 이 보호복은 그 위험성을 최소화했다. 심장 박동 테스트까지 마쳤다. 항균 기능은 테스트에서 폐렴균을 99.9%까지 사멸시킨다는 성적서를 발급받은 상태다.”



-재활용할 수도 있나?



“10번을 세탁해도 항균, 투습 기능이 유지된다. 부직포 소재가 아니라 계속 빨더라도 형태는 유지되겠지만, 기능은 최대 10번까지만 구현된다. 가격도 1만원대로 책정한 상태라 일회용 보호복 구매가 부담스러운 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특수가공 처리 후 보호복 원단 조직의 틈새가 최소화된 모습. 영풍화성 제공

-음압병동 등 의료용 보호복으로도 쓸 수 있나



“의료 방호복(레벨D)보다 일반 시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데 필요한 수준에 맞춰 개발했다. 테스트 결과 상·하의 일체형 보호복을 입고 벗는 데 채 30초도 걸리지 않는다. 상의용은 바람막이를 입는 것이나 다름없이 쉽고 빠르게 착용할 수 있다. 병원 자원봉사자, 요양원 근무자 등이 활용하기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용 제품이 먼저 출시됐는데



“연령 특성상 어린이용 제품의 개발 난도가 가장 높다. 잘못 만들면 어린이가 스스로 착용하기 쉽지 않고, 항균 기능도 바이러스를 죽일 정도가 돼야 하므로 피부에도 트러블을 쉽게 일으킬 수 있다. 특히 피부가 약한 어린이들에겐 부작용이 쉽게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아동용으로 사용할 경우 안전하다는 KC 인증을 받았다. 어린이가 써도 괜찮을 정도의 제품이면 성인이 사용했을 때 거의 문제가 없다. 애초 제품의 완성도를 위해 기준을 높게 잡고 접근한 것이다.”




-벌써 찾는 곳이 많을 것 같다



“국내 한 중견업체와 일주일에 20만 벌의 보호복을 시장에 공급하는 협의가 마무리 단계다. 최종 성사되면 미주·유럽 등으로 수출길이 열린다. 지난 26일 독일의 한 지방정부에서도 회사로 제품 문의 연락을 해왔다. 영국, 스페인 쪽에서도 샘플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양성용 영풍화성 대표가 직원과 함께 보호복 원단을 살펴보고 있다. 영풍화성 제공

-제품 출시 일정은



“사실상 개발을 마친 단계로 내달 초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한두 가지 검증이 진행 중이다. 현재는 우선 지역 병원에 기부할 보호복을 생산하고 있다. 조만간 대구 지역 초등학교에 1000벌, 경북 안동병원에 200벌을 기증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은



“대구가 겪는 고통을 직접 느끼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 지역 기업으로서 시민들이 부담 없이 구매해 쉽게 착용할 수 있는 보호복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이유다. 이제 해외 진출을 내다보는 시점이기에 수출에 앞장서고 싶은 포부도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대구 지역 일자리까지 창출할 날이 오지 않을까. 최선을 다해 기업인의 책임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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