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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전력 가격, 文정부서 4분의 1토막 - 업계 “이대로면 탄소중립 불가능”
  • 기사등록 2021-08-12 18: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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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태양광 공급이 늘면서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의 시장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가격 급락으로 중소 태양광 발전업자가 시설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 필요한 기간은 12년 가까이로 늘게 됐다. 정부는 시장 충격을 완화하겠다며 비싼 가격에 전력을 사주는 고정가격계약 물량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대규모 발전사업자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신재생 원스톱 사업정보 통합포털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현물시장 가격은 3만300원에 마감됐다. REC 현물시장 가격은 매년 하락하고 있다. 2017년 연평균 가격은 12만3000원이었지만 2018년 9만7900원으로 25% 하락한 데 이어, 2019년(6만3579원) 54%, 지난해(4만2309원) 50% 떨어졌다. 올해의 경우 지난 5일 기준 평균 가격은 2만9985원으로 관련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2만원대로 떨어졌다. 2017년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REC는 한국에너지공단이 각 태양광 발전소에 생산한 전기의 양에 따라 발급해주는 인증서다. 한국전력(015760)과 산하 6개 발전 자회사 등 500메가와트(㎿) 이상 설비 용량을 보유한 발전사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비율(RPS)을 맞춰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REC를 구입해 부족한 만큼 채워야 한다. REC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대상으로 하는데 그중에서도 태양광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양광 발전 설비.


REC 가격이 급락하면서 시장에 참여하는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의 수익성 역시 바닥을 기고 있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00㎾ 미만 태양광 발전사업자가 시설투자비를 회수하는 데 드는 시간은 11.8년으로 집계됐다. 2018년 말 7.6년과 비교하면 4.2년 늘어난 수준이다. 한 태양광 발전사업 컨설팅 업체 대표는 “태양광 발전 업계는 한번 설비를 갖춰 사업에 발을 들인 분들이 재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은 수익성이 워낙 나쁘다보니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문의전화가 열 통 이상은 들어왔는데, 지금은 한달에 열 통 받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고성만 한국태양광발전사업연합회장은 “시장에서는 시공에 10억원이 들어가는 500㎾까지를 중소 발전사업자로 보는데, 보통 자기자본 3억원에 대출 7억원 정도의 비율로 사업을 시작한다”며 “최근 대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발전사업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REC 가격이 떨어지자 정부는 20년간 동일한 가격에 계약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고정가격계약 물량을 늘리고 있다. REC 가격은 시장 수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돼 정부가 관여할 여지가 없는 반면, 고정가격계약은 전년 현물가격에 생산원가 등을 감안해 정부가 정하는 구조라 가격 급락을 막을 수 있다. 현물시장 비중을 줄이고 고정가격계약을 늘려 시장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고정가격계약 입찰 확정 물량은 총 2050㎿로, 지난해 상반기 1020㎿대비 70.8% 늘었다.


그러나 중소사업자들은 이 역시 대규모 발전사업자 위주라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홍기웅 전국태양광발전협회장은 “올해 상반기 고정가격계약 입찰부터 1㎿ 이상~20㎿ 미만 구간이 새로 신설됐는데, 20㎿ 안팎은 대기업이나 발전 공기업 정도 돼야 생산이 가능하다”며 “입찰 경쟁률이 안그래도 높은데 대규모 발전사업자 물량이 들어와 입찰 물량을 차지해버리니 중소 발전사업자들이 더욱 갈 곳이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고정가격계약 입찰 결과를 살펴보면 1㎿ 이상~20㎿ 미만은 274㎿로 전체 입찰된 물량의 13.3%를 차지한다. 반면 100㎾ 미만 우선 배정 비율은 21%로 지난해 하반기 35%에서 15%포인트(P) 낮아졌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RPS 상한선을 현행 10%에서 25%까지 확대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 중소 발전사업자들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RPS는 대형 발전사업자가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발전 단가가 비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면 한전이 발전 원가와 전기 공급 가격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고성만 회장은 “상한선을 높인다고 말만 했지 지금까지 실제로 높아진 적은 없다”며 “높아진다 해도 전력을 빠르게 생산하는 대규모 발전사업자 위주로 구매가 이뤄질 것이라 중소 발전사업자들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분별한 태양광 공급 정책으로 시장이 붕괴 위기에 처해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현실성 없는 태양광 보급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태양광 발전 용량을 지난해 14.3GW에서 2034년 45.6GW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최근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공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따르면,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중단할 경우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은 891.5테라와트시(TWh)로 전체 전력 공급의 70%를 책임지게 된다.


결국 시장 가격 하락은 민간 사업자를 퇴출시키고, 이는 정부의 태양광 보급 계획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기웅 회장은 “이전 정부까지만 해도 태양광 시공 사업자가 1만5000개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3000개도 채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태양광 발전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민간 중소 사업자가 모두 고사하고 2050 탄소중립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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