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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관리 총체적 부실, 경주 ‘월성원전’ - 정치 이슈화 속에 안전 문제는 미궁 속··· 중요 자료 모두 비공개 - 한수원, 증거 인멸 시도··· 조사단과 협의 없이 차수막 무단 철거
  • 기사등록 2021-09-15 22: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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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와 원자력안전과미래, 탈핵변호사모임 해바라기는 9월 13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경주 월성원전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김영희 변호사(탈핵변호사모임 해바라기), 이정윤 박사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 /사진제공=그린피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3일 원자력 관련 전문가 단체인 ‘원자력 안전과 미래’,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와 함께 지난 10일 발표된 ‘월성원전 삼중수소 누설 제1차 조사 경과 및 향후 계획 공개’ 발표에 관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은폐 의혹과 연장심사 당시의 위법성을 제기하고 삼중수소 누설의 즉각적인 차단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의 ‘삼중수소 누설의 기술적 해석과 해외 사례’, 김영희 변호사(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의 ‘월성원전 방사성 물질 누설의 문제점’ 발표에 이어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의 ‘삼중수소 위험성: 해외 연구 사례 중심으로’ 설명으로 이어졌다.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월성원전 2‧3‧4호기 건립 당시 설계를 담당하며 일찌감치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던 이정윤 대표는 이번 원안위의 조사 결과 발표를 놓고 “은폐·축소의 정황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안위가 민간조사단을 구성해 놓고도 공정한 조사가 되도록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도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방사능 누설 사태를 20년 넘게 방치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원안위는 지난 10일 배포한 ‘월성원전(부지 내) 삼중수소 제1차 조사 경과 및 향후 계획 공개’ 자료에서 “한수원이 조사단과 협의 없이 조사대상인 월성 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SFB)의 차수벽 및 차수막을 제거해 SFB 차수 구조물의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 부분을 두고 “이는 한수원의 조사 방해 행위로, 증거인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수원은 조사단에게 선명하지 않은 도면을 제공하고 지하수 분석에 필요한 시추공 시공도 지연시켰다.

그 결과 조사단의 조사 활동은 한수원이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하게 돼 공정성이 결여된 것으로 평가됐다.

이 대표는 한수원이 원안위와 조사단의 결과 발표 당일인 10일에, 월성원전이 위치한 경주시 양남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방사성 물질의 누설 가능성이 적다는 발표를 내놓은 것도 위험성 축소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SFB 인근 바닥 일부 토양과 물에서만 감마핵종이 미량 검출됐다며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지 않았다고 단정 지었다.

그러나 이는 전체 토양 및 물이 아닌 일부만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로, 실질적인 오염 범위는 아직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다.

특히 원자력안전 관련법에 따르면 SFB에서는 방사성 물질 누설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사진제공=그린피스

1997년부터 균열 발생했을 것

한수원이 1997년에 SFB의 벽체균열 보수공사를 한 정황을 볼 때, 월성원전은 1997년 이전부터 균열이 있었을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2012년 격납건물 여과배기계(CFVS) 설치 중 차수막에 7개의 관통부를 내는 등, 총 7차례의 보수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매번 시공 실수로 새로운 균열을 발생시켰다. 이에 따라 방사성 물질의 누설은 20년 넘게 지속된 것이다.

또한 SFB 방수막이 에폭시로 처리돼 손상을 입기 쉬웠으나 제대로 주기적인 관리 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

특히 SFB 바닥 부분의 에폭시 상태는 사용후핵연료를 전부 들어내야 확인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수명연장을 위한 검토 과정에서도 에폭시가 얼마나 손상됐는지 제대로 확인한 적이 없다. SFB 바닥을 통한 누설 확인이 시급한 상황이다.

방사성 물질 누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월성원전과 같은 방식으로 설계된 캐나다의 포인트 레프로(Point Lepreau) 원전처럼 SFB 내벽을 에폭시 재질에서 스테인리스 강판으로 변경해야 했다. 그러나 한수원과 원안위는 해외 사례에도 불구하고 변경하지 않았다.

김영희 변호사는 이번 조사 결과로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심사 과정의 위법성이 또 한 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제38조에 따르면 ‘수명연장 심사 시 계통·구조물·기기에 대해 최신 운전경험 및 연구결과 등을 반영한 기술기준을 활용하여 평가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경수로 원전은 에폭시가 아닌 스테인리스 강판으로 SFB 내벽을 설치해 안전성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월성 1호기의 SFB 내벽은 기존의 에폭시 라이닝을 그대로 두었다.

원자로시설 기술기준규칙, RG1.13(미국 원자력 규제 위원회 가이드라인) 등 관련규정에 의해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방사성물질의 누설을 방지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김영희 변호사는 “국내 경수로원전은 전부 SFB를 스테인리스 강판으로 방수막을 했다”며 “월성 1‧2‧3‧4호기 SFB 방수막을 스테인리스 강판으로 바꾸지 않은 것은 오로지 비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돈보다 시민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다. 에폭시 방수막이 기능을 못한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으므로 월성 1‧2‧3‧4호기 SFB 방수막도 당장 스테인리스 강판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그린피스

삼중수소 영향이 멸치 1g 수준?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월성원전에서 누설되는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설명하기 위해 삼중수소 위험성에 관해 40년 연구 경력을 가진 글로벌 환경방사능 전문 컨설턴트 이안 페어리의 연구 자료를 소개했다.

그는 “월성원전에서 유출된 삼중수소의 인체 영향이 바나나 6개, 멸치 1g 수준이라는 한국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은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극단적으로 축소한 비과학적인 설명이며, 지난 10년 간 삼중수소 위험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국내 시각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0년 간 진행된 연구 사례는 대부분 삼중수소는 피폭 시 인체 내 DNA, RNA 등 핵단백질에 부착돼 유기결합삼중수소(OBT)로 변형됐을 때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사선 독성이 높은 OBT 농도가 체내에 높아지면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독일 정부 의뢰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독일 원전 5㎞ 이내에서 거주하는 5세 이하 소아들을 검사한 결과, 백혈병 위험이 120% 증가하고 배아의 고형암 위험이 60% 증가했다는 결과가 알려져 충격을 준다.

장마리 캠페이너는 “월성 1호기가 극단적인 정치 이슈가 되는 동안 정작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 문제는 너무 오랜 기간 방치됐다. 지난 수십 년간 원전 인근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암으로 사망했으나, 20년 넘게 방치된 고농도 삼중수소 누설에 대해 책임을 물을 법 규정도 없다”며 “월성 1호기 저장수조 누설의 즉각적인 차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청취자로 참석한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박사는 “20년 넘게 삼중수소가 누설된 사실을 밝힌 지 10개월이 지났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지난 20, 30년간 공학적인 분석을 통해 방사성 물질의 누설을 감지할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었음에도, 국내 그 어떤 전문기관도 이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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