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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부르는 요리 매연, 아동에게 10배 치명적 - 어린이집·학교 비상··· 정확한 실태 파악과 법제도 마련해야 - 에코맘코리아 ‘지구를 위한 콜라보 토론회’서 실질적 정책 제안
  • 기사등록 2022-06-12 01: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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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 매연이 학교 급식 조리사뿐 아니라 아이들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기름을 고온으로 조리할 때 나오는 유해물질인 초미세먼지(조리흄, cooking fumes)가 학교 급식실 조리사뿐 아니라 아이들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경고가 나오면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급 발암물질인 조리흄은 ‘요리 매연’이라고도 불리며 폐와 호흡기 기능 장애를 초래한다. 지난해 2월 폐암에 걸린 학교 급식 조리 종사자가 직업성 암으로 산업재해를 처음 인정받았다. 당시 근로복지공단은 조리흄에 해당 학교 급식 조리사들이 장기간 노출된 것이 폐암 발생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에코맘코리아와 조해진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이러한 학교 조리흄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8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제13회 지구를 위한 콜라보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학계, 재계, 정계, 시민단체 등 여러 분야 전문가가 참석했다.

          조해진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구를 위한 콜라보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사에서 “해외에서는 일찍이 요리 매연의 심각성에 주목했다”며 “우리나라도 조리흄 관련 논의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대기오염 국책연구기관에 따르면 햄버거 패티 1장을 구울 때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는 대형 덤프트럭이 230km를 달리면서 내뿜는 양과 비슷하다. 뉴욕시는 요리 매연 장치를 달지 않으면 대형 레스토랑의 영업 허가를 내주지 않는 법안을 도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조 의원은 특히 “학교 급식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급식실 요리 매연이 대기 중 부유하다 교실이나 다른 장소로 옮겨가면 어린 학생들에게 위해를 줄 수 있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구를 

         위한 콜라보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도 “문제의 시작은 조리실이었지만, 조리실과 관련된 급식실을 이용하는 학생과 교사, 근로자들의 건강도 크게 우려된다”며 “건물 밖으로 나간 요리 매연은 다시 교실과 운동장으로 들어오고, 지역 주민들과 아이들이 마시는 공기가 된다”고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어 “하늘 위에 떠 있는 10톤의 미세먼지보다 가까이에서 내 코로 들어오는 10그램이 더 위험하다”면서 “요리 매연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요리 매연이 잔류하는 실내와 외부까지도 고려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죽음의 미세 입자 ‘조리흄’··· 혈관·뇌까지 침투
“국가 미세먼지 통계에 요리 매연 포함해야”

                          임영욱 연세대 의과대학 환경공해연구소 교수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임영욱 연세대 의과대학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조리 시 발생하는 오염물질 노출과 위해성 평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임 교수는 “요리할 때 나오는 미세먼지(PM2.5)엔 폼알데하이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블랙 카본 등 건강에 엄청난 해악을 줄 수 있는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며 “너무 작아서 세포뿐 아니라 혈관 속을 타고 들어가거나, 뇌로 들어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요리 미세먼지에 대한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중량 농도에 따라 큰 먼지는 몇 개만 줄여도 효과가 나타나지만, 작은 먼지는 무게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리 시 발생하는 유해물질이나 미세먼지는 어린이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연령에 따라 독성 농도가 달라지는데, 똑같은 물질이라도 2세 미만 영아에 대한 독성은 10배 높고, 2세 이상 16세 미만의 경우 3배 높다.

따라서 민감·취약군 건강보호를 위한 대책과 조리 과정에서 유해요소를 제거하는 등 위해도 관리에 입각한 원천적 방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구체적으로 ▷조리 시 발생 가능한 오염물질 모니터링 및 건강영향 관리 ▷조리 기인 오염물질별 노출에 따른 급·만성영향 분석 ▷민감계층(어린이 및 고노출집단)의 건강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 ▷사전 예방원칙에 입각한 조리환경 관리 및 대응 장치 개발 등을 제시했다.

           요리 매연을 국가 미세먼지 통계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요리 매연을 대기오염물질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소진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기오염물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요리 매연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리 매연으로 인한 실내외 대기질의 변화를 제대로 측정하고, 요리 매연을 국가 미세먼지 통계에 포함해야 하며, 유증기가 많은 조리실과 급식실 환경에 적합한 공기청정기와 환기시설 설치를 병행해야 효율이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숨쉬기 좋은 학교 만들려면 부처 간 협력 필요
조리실 위해성 저감 대책은 인식개선에서 출발

유해위험요인 관리 원칙 /자료제공=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장

토론에서는 학교 요리 매연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대안이 제시됐다.

이윤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위원은 조리실과 교실 등 주변 공간에서의 미세먼지 노출 정도에 대한 자료가 미흡하고, 실내 조리로 인한 건강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현장평가법과 관련 기준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환경부가 관련 평가방법과 위해도 기준을 제시하고, 고용노동부가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며, 교육부는 정립된 방법과 대안을 채택할 수 있도록 부처 간 협력이 긴급히 필요하다”며 평가법과 인증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장은 위해 요인을 적게 할 수 있는 식자재와 조리법에 대한 개선, 지속적인 관리시스템과 보건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질적 저감 대책을 위해서는 요리 매연의 위해성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요리 매연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국민 인식 제고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미옥 미세먼지대책을촉구합니다 대표는 “어린아이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데도 가정에서조차 관리가 안 되는 건 인식 부족”이라며 “좋은 정책도 위험성에 대한 인지 없이는 실효를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 학교 내 조리실·급식실의 환기장치 전수 점검 및 시설 보완 ▷조리 시 유해물질 관리를 위한 매뉴얼 수립 ▷조리 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대한 위해성 홍보를 정부에 촉구했다.

김기범 경향신문 기자는 기본적인 실태 파악을 위한 노력과 최소한의 환기 시스템 의무 설치 등 법·제도 정비를 요구했다.

또 2016년 가정 내 환기의 중요성을 알리려던 환경부의 보도자료가 고등어 논란으로 희화화된 점을 언급하며, 국민에 대한 정부 부처의 정교한 소통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의견 수렴하고 홍보한다 해서 소통이 되는 게 아니다.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지금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인지 고려해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요리 매연(초미세먼지) Free, 숨쉬기 좋은 학교 만들기'를 주제로 열린 

             콜라보 토론회 /사진제공=에코맘코리아

하현철 ㈜벤텍 대표는 현재 설치되어있는 학교 조리실 후드의 한계와 개선방안, 표준 환기 지침서에 관해 설명하고, 이미 제시된 해결 방법에 대한 종합적인 시행계획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연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기준과장, 장성현 환경부 대기관리과장, 정희권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장 등 정부 부처에서 참석한 토론자들은 부처별로 요리 매연 해결에 관한 진행 상황과 계획을 밝히며 관련 기관과 부처 간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토론의 좌장을 맡은 신동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미세먼지에 대한 투자는 건강과 생산성, 인지능력 등 국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며 “미세먼지 선진국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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