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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 폐기물매립장 갈등 ‘점입가경’ - ‘중금속 침출수’ 등 위해성 우려···설치 반대위, 원주환경청 찾아 항의 - 인근 축산농가 및 소하천 분포, 침출수 유출 땐 주문진 해역 피해 불가피
  • 기사등록 2022-07-28 0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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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진 폐기물매립장 설치 반대위원회'는 지난 25일 원주지방환경청을

             찾아 항의했다. 이날 이창흠 청장과의 면담도 이뤄졌다.  


강릉시 주문진읍 일대 주민 40여명이 25일 오후 원주지방환경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 ‘주문진 폐기물매립장 설치 반대위원회(이하 반대위)’는 “원주지방환경청은 주문진 폐기물매립장 설치를 반대하라”고 촉구했다.

반대위는 폐기물매립장 설치를 적극 반대하고 폐기물매립장 환경영향평가를 즉각 중단시킬 것을 원주지방환경청(이하 원주청)에 요구했다. 더불어 주민 반대서명문 및 강릉시청의 반대의견이 담긴 공문을 원주청에 전달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폐기물매립장은 A업체가 주문진 향호리 일대에 건립하려는 ‘사업장폐기물 및 지정폐기물 매립장’이다.

원주청과 반대위에 따르면 사업주(A업체)가 제출한 매립장 설치 관련 환경영향평가 준비서류가 원주청에 접수돼 현재 평가항목, 범위, 방법 등을 조율 중이다. 매립장 건립의 타당성을 판단할 환경영향평가에 본격 착수하기 위한 법적인 준비단계다.

향후 사업주가 평가항목, 범위, 방법 등을 담아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만들어 제출하면 원주청이 이를 심의·검토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초안이 승인된 다음은 본안을 심의·검토하며, 이후 사업계획서 평가 등의 과정을 거쳐야 실제 착공이 가능하다.

원주청 환경관리과 관계자는 “초안이 제출된 뒤부터를 환경영향평가 시작점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반대위 측은 주민 반대서명문, 강릉시청의 반대의견이 담긴 공문을 25일 

           원주지방환경청에 전달했다.  

반대위는 이날 매립장 승인권을 쥔 원주청을 향해 호소했다. 정호선 반대위 위원장은 “청정지역인 주문진이 폐기물 매립지라는 오명을 쓸 위험에 처했다”며 “조금씩 관광인프라가 구축되고 지역이 활기를 찾고 있던 와중에 날벼락”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반대위 관계자는 “매립장 건립이 승인될 경우 지역 주민들은 기업의 이익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렇게 될 경우 행정소송 등 지난한 절차가 불가피한데 결국 주민들이 온갖 고통에 휩싸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주환경청 “환경영향 엄격히 볼 것”

집회 뒤 이뤄진 간담회에서도 항의는 빗발쳤다. 40여년 어업에 종사했다는 한 참석자는 “매립장에서 나온 침출수가 바다로 흘러가면 물고기가 그걸 먹고 우리도 먹게 된다”고 했으며, 주문진 청년위원회 소속 참석자는 “매립장을 피해 떠나는 인구가 늘면서 마을 자체가 소멸될 것”이라고 따졌다.

건설업 경험을 얘기한 반대위 관계자는 “아무리 매트를 깔고 콘크리트로 막아도 폐기물 침출수가 세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향호리 마을 일대에는 매립장 건립 반대를 표명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헌법에 충실하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퇴직공직자 출신의 한 주민은 간담회장이던 원주청 회의실 전면에 내걸린 헌법 제35조 1항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이창흠 원주청 청장은 이날 “주민들과 지역 환경에 얼마큼의 영향을 미칠지를 엄격하게 분석해서 정확히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집회 당일 오후 본지는 매립장 부지로 지목된 주문진 향호리 산560번지 일대를 찾았다.

            매립장 부지로 지목된 해당 장소 주변엔 축산농가들이 위치해 있었으며 

            소하천이 흐르고 있었다.

장소에 다다르자 ‘매립장 결사반대’를 알리는 현수막과 함께 축산농가들이 곳곳에 보였다. 소 울음소리만이 공간을 채울 정도로 한적했다. 기자와 만난 마을 주민 B씨(60대)는 정확한 부지 위치를 묻는 질문에 축산농장 뒤편 야산 쪽을 가리켰다.

그는 “이 근방에만 70 여세대, 120명 가까이가 살고 있다”며 “가축들이 지하수를 먹고 있는데 매립장 침출수로 오염되면 정말 큰 일”이라고 토로했다.

A업체가 매립장 조성 명목으로 매입했다는 해당 야산 쪽 부지에서 마을 초입으로 내려오는 길목엔 소하천이 흐르고 있었다. 2Km 가량을 쭉 따라 내려가니 저수지(향호저수지)도 눈에 들어왔다.

          A업체가 매립장 건립 명목으로 매입한 주문진 향호리 야산 일대(빨간 부분). 

          규모는 10만여평에 이른다.  

강릉시, 매립장 건립 반대

근처에서 만난 최모씨(주문진읍 거주)는 “소하천을 따라 내려간 물은 주문진 바다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립장이 조성되면 중금속이 함유된 침출수도 문제지만 매립가스, 악취, 비산 먼지 등도 발생할 텐데 그게 날아오면 향호저수지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한동준 강원도립대학교 소방환경방재과 교수는 “매립장 침출수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려면 발생한 침출수를 하수처리장으로 연계시켜 처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인근 주문진 하수처리장까지 별도의 관을 묻어 침출수를 이동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릉시는 A업체의 매립장 건립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강릉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주민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민의견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립장 부지로 지목된 위치에서 2Km 가량 떨어진 곳에는 향호저수지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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