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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위원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11년때 모습.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사회 쇄신 차원에서 일명 김영란법(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법안’에 대한 처리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김영란법의 국회 처리를 촉구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법안을 최초로 추진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소감을 듣기 위해 22일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김 전 위원장은 “지금은 내가 나서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맞다고 본다”고만 했다.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자신의 원안(原案)이 과연 국회에서 제대로 통과될 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처럼 들렸다.

원안:대가성·직무 관련성 확인 안돼도 100만원 초과 수수자 처벌하자

당초 김 전 위원장이 지난 2012년 8월말 마련했던 원안의 핵심은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은 공무원에 대해선 직무상 관련성이나 어떤 명목을 불문하고 예외없이 3년 이하 징역 또는 수수 금품 5배 이하 벌금에 처하자는 내용이다.

100만원을 넘는 금품을 준 경우라면 사실상 어떤 대가성을 바라지 않고 줬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또 금품을 주고받은 시점에선 대가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그 공직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투자 목적으로 금품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밖에 원안은 공직자가 받은 금품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규정했다.

김영란법의 당초 의도는 이 법의 존재만으로도 공직자의 부패를 척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이와 함께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관행적으로 뇌물을 공직자에게 제공해온 사람에게나, 청탁을 거절하고 싶은 공직자 모두가 이 법을 활용하도록 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이 법안을 준비한 김 전 위원장은 3개월 뒤 권익위를 떠나면서도 “관계기관을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 기울여 빠른 시간 내에 입법을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법무부서 반대 의견→총리실 절충안→국회서 9개월 간 계류

하지만 공직사회 내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만만치 않았다. 법무부에선 “직무 관련성이 없는 일체의 금품수수를 공직자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는 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공직자 외에 다른 유력 기관 종사자들도 청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유독 공직자에 대해서만 대가성 입증도 없이 형사처벌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원안 후퇴 가능성이 커지자 김영란 전 위원장은 작년 5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럴 거면 법을 왜 만드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대로 입법이 되면 실망한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했다.

국무총리실이 중재에 나섰다. 결국 직무 관련성을 떠나 수수 금품 100만원을 기준으로 형사처벌과 과태료로 나눈 권익위의 원안과,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 처벌하자는 법무부의 의견을 나름대로 절충했다.

그 결과, 대가성이 없더라도 관련 직무와 관련된 공직자가 금품을 받을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그 나머지 경우엔 공직자가 받은 금품 가액의 2~5배에 달하는 금액의 과태료 물도록 한 것이다.

세월호 영향으로 법안심사 급물살…여당도 “원안 반대하지 않는다”

정부는 2013년 8월 이 절충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원안과 내용이 달라지면서 논란은 수그러지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김영란법의 원취지가 훼손됐다”며 당초 김 전 위원장이 추진했던 원안 내용을 토대로 법안을 다시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에는 정부가 제출한 ‘절충’ 김영란법과 야당 의원들이 당초 원안을 다시 제출한 김영란법이 계류돼 있는 상태다.

당초 여당은 정부안, 야당은 원안을 지지하면서 법안들이 제출된 약 9개월 간 제대로 법안 심사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해 공직사회, 특히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등이 사회 대두로 떠오르면서 다시 원안이 힘을 업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23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김영란법’을 심사할 계획이다.

일단 여당도 원안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까지 원안이 그대로 올라가게 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김영란 전 위원장은 누구?

우리나라의 첫 여성 대법관을 지냈다. 판사 출신인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7월 대법관에 지명된 뒤 6년 임기를 마쳤다. 이명박 정부였던 지난 2011년 4월에는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청소년지킴이로 유명한 강지원 변호사가 남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12년 남편인 강 변호사가 대선에 출마하자 남편을 돕기 위해 권익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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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1-12 16: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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