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대기오염 주범 ‘경유택시’ 규제 강화 - LPG택시에 비해 질소산화물 수십배 배출
  • 기사등록 2015-02-17 11:51:46
기사수정
가장 엄격하다는 EURO-6 기준에 맞춘 경유택시조차 인증기준보다 2배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다. 반면 LPG차 배출량은 경유차의 1/30에 불과하다.<자료=환경부>환경영향평가 통해 정부 정책도 걸러져야

질소산화물 배출로 대기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환경부가 반대했던 경유택시 도입을 국토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이번에는 환경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근 환경부 박연재 교통환경과장은 “제작·인증 및 운행단계에서 경유택시 관리를 강화하고 보급지역 대기질 영향을 모니터링해 환경영향 최소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환경부가 반대했던 것은 경유택시 도입으로 인한 대기환경 악화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보면, 환경부의 주행시험 결과 LPG택시가 0.044g/㎞인데 비해 가장 강력한 기준인 EURO-6에 맞춘 경유택시조차 0.080g/㎞에 달한다.

특히 실제 도로에서 운행한다는 조건에서 측정해보면 인증기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EURO-5 경유차는 3~18배, EURO-6 경유차는 2배 초과했다. LPG택시의 30배에 달하는 수치다. 게다가 택시는 일반 차량보다 운행시간이 16배 많기 때문에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환경부·국토부 따로 노는 환경정책

이처럼 경유차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외국의 경우 경유택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경유차가 강세를 보여 온 유럽도 마찬가지로, 프랑스는 2020년까지 파리 전역에서 경유차 운행을 금지하며 영국은 2018년부터 경유택시 신규 등록을 받아주지 않을 계획이다. 특히 홍콩은 2001년부터 경유택시 신규 등록을 금지해 LPG 택시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택시 사용연료의 다양화 명목으로 지난해 9월 택시산업발전종합대책을 발표해 경유택시를 해마다 1만대씩 도입하고 리터당 345.54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무리한 증차로 인한 공급과잉, 수익성 악화라는 위기상황에 놓인 택시업계를 달래기 위해 정부가 경유택시 도입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연간 1만대의 경유택시가 도입되면 택시업계는 보조금을 받아 좋고, 정유업계도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자동차업계도 안정적인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 반면 국민이 함께 마시는 대기환경은 나빠진다.

이 때문에 지자체와 환경단체, 택시노조 등이 경유택시 도입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정부의 결정에 대해 ‘대기오염 악화’와 ‘시민 건강권 문제’를 이유로 참여를 거부했다. 이에 국토부는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에 경유택시를 추가로 배정했지만 서울시 외 다른 지자체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택시노조 역시 “환경적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경유택시의 증가는 택시노동자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처럼 대기환경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두고 국토부가 환경부와 사전협의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국토부와 사전에 협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환경부 박연재 과장은 “전혀 없었다”라고 잘라 말했다.

환경부가 대기오염총량제 범주에 질소산화물을 포함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국토부가 질소산화물을 24시간 내뿜는 경유택시 도입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등 부처간 엇박자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국토부의 독단적인 결정에 환경부가 제동을 걸었다. 경유택시 배출가스 관리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책을 개정해 경유택시 배출가스 보증기간이 16만㎞에서 내년부터 19.2만㎞로 늘리고 2020년 이후에는 24만㎞로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경유택시를 결함확인검사 대상에 포함해 대상차량 선정 시 20% 이상 택시차종을 포함하도록 했으며 영국, 독일 등의 사례를 참조해 정밀검사 주기를 6개월로 단축했다.

아울러 경유택시가 대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기 위해 주행거리별 질소산화물 배출량 모니터링 등 시범사업을 우선 실시하고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OBD) 검사도 도입한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개발사업 뿐만 아니라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개발부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라며 “경유택시 도입 사례를 보면 왜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한 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15-02-17 11:51:46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