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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책임보험 도입, 피해배상 쉬워져 - ‘인과관계’ 증명 아닌 ‘개연성’만으로 보상
  • 기사등록 2015-07-31 16: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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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환경피해를 일으킨 기업에 무과실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원인 제공자를 알수 없을 때는 정부에서 구제하게된다.원전 제외, 점진적 피해보상 범위도 논란

환경책임보험이 2016년 7월부터 도입됨에 따라 환경오염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환경오염 대상에서 원전을 제외하는 등 한계도 있어 일각에서는 벌써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경부(장관 윤성규)는 국정과제인 ‘환경유해물질 관리 및 환경오염 피해구제 강화’를 위해 지난해 12월 제정된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피해구제법)’을 시행하기 위한 하위법령안을 31일 입법 예고한다.

피해구제법은 지난 2012년 9월 발생한 구미 불산 누출 사고를 계기로 환경오염 사고 발생 시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 출석인원 205명 전원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률이다. 당시 사고를 일으킨 기업이 도산하면서 국가에서 피해보상에 나서야 했다.

이에 따라 피해구제법은 환경오염유발시설에 대한 무과실책임, 피해입증부담 경감을 위한 인과관계 추정, 정보청구권 도입, 환경책임보험 도입, 원인불명 피해 구제를 위한 환경오염피해구제계정 설치 등을 담고 있다.

이번에 입법예고한 하위법령안은 피해구제법(2016.1.1 시행, 환경책임보험은 '16.7.1 시행)에서 위임한 사항을 구체화한 것으로 그간 산업계 현장진단, 각계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의 참여를 통해 마련됐다.

무과실책임 및 피해입증부담 경감

하위법령에서는 먼저 환경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시설의 규모와 종류를 구체적으로 정했다. 특정 대기·수질 유해물질 배출시설, 지정폐기물처리시설은 법률에서 의무화했고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은 페놀, 황산, 질산 등의 사고대비물질 69종을 일정 규모 이상 취급하는 시설로 한정했다.

특정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은 저장용량 1000㎘이상의 석유류 저장시설, 송유관시설 및 위해관리계획서 제출대상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로 정했다.

또한 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대규모시설인 대기오염물질 1종 배출사업장과 수질오염물질 1종 배출사업장을 환경책임보험에 가입토록 하였다.

환경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금액은 원활한 피해배상 등을 고려해 가군(고위험군)은 300억원, 나군(중위험군)은 100억원, 다군(저위험군)은 50억원으로 정했다. 아울러 사업자의 배상책임한도 금액은 가군 2,000억원, 나군 1,000억원, 다군 500억원으로 정했다. 참고로 독일은 시설 규모·․종류 구분 없이 단일한도인 2400억원(1억7천만유로)으로 적용한다.
아울러 원활한 피해배상을 위해 상당한 개연성이 있을 경우 정보청구권을 도입했다. 피해자가 정보를 요구할 경우 사업자는 10일 이내에 해당 정보를 제공하거나 열람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환경부장관이 정보 제공 및 열람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원인 제공자를 알 수 없거나 사고를 일으킨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 피해배상을 받을 수 없는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구제급여의 종류와 한도금액도 정했다. 환경부는 석면피해구제제도 등을 참조해 국가에서 지급하는 구제급여의 종류를 의료비·요양생활수당·장의비·유족보상비·재산피해보상비로 정하고 지급 금액은 석면피해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정했다.

장애인, 노약자 등 피해배상을 받기 위한 소송을 수행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법률은 소송지원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취약계층과 지원의 범위 등을 하위법령에서 규정토록 위임했다.

장기간 노출 피해 입증 어려워

환경피해 구제를 위해 환경부가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이지만 한계도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원자력발전소 주위의 백혈별 환자 등은 환경피해구제법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원전을 운영하는 발전사 역시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즉각적 피해가 아닌 점진적 피해 역시 보험을 통한 보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구미 불산 누출처럼 사고가 났을 때 사람이나 농작물에 즉각 피해를 입었다면 보험을 통해 즉각 배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환경오염물질에 장기간 노출돼 질병이나 기타 피해를 입었을 때는 배상이 쉽지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보험에 가입한 기간에 발생한 피해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다. 점진적 오염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보상이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는 보험에 가입하기 전에 환경을 오염시켰지만 보험 가입 후 피해가 발생했을 때 누가 배상해야 하는냐는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보상할 의무를 지닌다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우려된다.

아울러 환경오염시설로 인해 질병을 얻었을 때 이를 입증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정보공개청구권이 있기는 하지만 ‘영업상의 기밀’을 이유로 업체가 거부했을 때 뚜렷한 해결방법이 없다.

비근한 예로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산업재해 인정을 위해 화학물질 정보를 요구했지만 삼성전자는 ‘영업상의 비밀’이라며 이를 거부했고 소송에서 피해자들은 거의 대부분 패소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정책총괄과 관계자는 “점진적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범위에 포함하는 것을 전제로 13개 손보사와 보험요율 등을 논의하고 있으며 연말쯤에는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 입증에 대해서도 “기존에 인과관계를 입증해야만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판사가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면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예전에 비하면 피해인정 범위가 상당히 넓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예전에는 특정 오염물질로 인해 질병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해야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되면 가능하다는 설명으로, 피해자 입장에서는 상당 부분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원자력발전소 제외에 대해서도 “원전은 별도의 법령에서 정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피해구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 방사능이 환경피해에 해당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환경피해구제 대상에서는 제외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원전 피해자들은 소송으로 보상받는 방법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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