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기자
정부가 미세 플라스틱의 심각성을 최초로 인지한 것은 2014년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보고서를 통해서다.
보고서는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생태계의 건강성을 파괴하고 사람을 포함한 상위포식자에게 피해를 끼친다”며 “동물실험 결과 미세 플라스틱이 유해물질을 흡착한 후 생물축적을 통해 생식질환, 호르몬 이상과 같은 질병위험을 증가시키고 심하면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EI ‘생식질환, 호르몬 이상’ 경고
또한 강병원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15년 연말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환경보건 10개년 종합계획’에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거론했지만,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계획 발표 9개월이 지나도록 미세플라스틱담당 부서와 담당자, 세부 규제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미 2014년에 보고서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을 인지했지만 또 다시 늑장대응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해양수산부 또한 미세 플라스틱 오염 평가 및 생물에 대한 영향 평가를 위한 기술 개발에만 6년을 계획하고 있어, 문제의 시급성에 대한 인식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화장품법을 관리하는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강제성 있는 법안 추진을 위한 뚜렷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같은 사안에 여러 부처가 얽혀 있을 경우 이를 조정해야 할 국무조정실 역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국내외 22개 제품에 대해 정밀한 과학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6개 제품에서 플라스틱 폴리에틸렌과 일치하는 입자의 파장이, 추가 4개 제품에서 미세 플라스틱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파장이 관찰됐다.
그린피스 박태현 선임 해양보호 캠페이너는 “제품 1개당 많게는 280만개의 마이크로비즈가, 1회 사용 시 10만개 이상의 마이크로비즈가 씻겨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여성환경연대가 지난해 국내 유통되는 세정·각질제거용 화장품들의 성분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여전히 많은 제품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성환경연대 강희영 사무처장은 “화장품 전성분표시제에 따라 정보를 공개한 제품만 조사했음에도 약 350개에서 미세 플라스틱으로 의심되는 성분을 발견했다”며 “생활용품 전성분 표시제를 시행하고 사전예방원칙에 따라 국가적 차원의 미세 플라스틱 관리 및 규제 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병원 의원은 “미세 플라스틱 금지 3법은 화평법을 개정해서 미세플라스틱을 유해화학물질에 포함시키고 화장품법과 식품의약품법의 추가 개정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사용금지 원료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관련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