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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숭숭 ‘미세먼지’ 대책 - 건설기계, 선박, 석탄화력발전은 사각지대
  • 기사등록 2016-04-05 15: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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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경기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것은 중국 핑계를 댈 수 있지만 내륙지역, 부산 등의높은 미세농도는 국내에서 발생한 오염물질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건강영향 고려한 초미세먼지 기준 시급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피해가 확산되면서 미세먼지가 가장 민감한 환경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미세먼지 배출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건설기계, 선박, 화력발전 등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1급 발암물질로 규정된 미세먼지는 폐, 호흡기 질환 유병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자살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연간 820만명이 대기오염에 따른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연간 320만명이 초미세먼지 때문에 사망한다.

지하철, 버스도 위험하다

일반적으로 미세먼지 하면 흔히 ‘황사’ 또는 ‘중국’을 떠올리는데, 이는 일부분만 맞다. 환경부에 따르면 중국에서 발생한 오염물질로 인한 미세먼지 영향은 30~50% 정도다. 다시 말해 미세먼지의 50~70%는 국내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에 따른 것이다.

지난 3년간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지역 오염물질 삭감실적을 보면 황산화물, 휘발성유기화합물 등은 목표치에 근접하거나 초과달성했지만 질소화합물(NOx) 달성률은 69%에 불과했다.

특히 인천지역의 질소화합물 저감률은 2011년 53%, 2012년 56%, 2013년 55%로 3년 연속 절반에 그쳤다. 그럼에도 정부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영흥화력발전 7·8호기 석탄화력 증설을 추진하다 반대에 부딪혀 접었지만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급성중독 시 폐수종을 일으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질소화합물은 기관지염증, 천식, 만성기관지염을 일으킨다. ​주로 자동차, 항공기, 선박, 산업용 보일러, 소각로 등에서 배출되며 산성비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눈과 호흡기를 자극하고 식물을 말라 죽게 한다.

대중교통도 안전하지 않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겨울철 서울 지하철의 경우 혼잡시간대 실시한 25차례 조사에서 10차례(40%) 미세먼지 농도 기준(200㎍/㎥)을 초과했으며 비혼잡시간에 실시한 조사에서도 25차례 조사 중 7차례(28%) 초과했다.
아울러 이산화탄소(CO₂)의 경우 지하철을 비롯해 버스, 철도 등에서 광범위하게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은 25차례 조사 중 12차례(48%), 버스는 하계 50%, 동계 80% 확률로 기준치를 초과했고 KTX는 하계 40%, 동계 35% 초과율을 보였다. 특히 ITX(도시간준고속철도)의 경우 하계 60%, 동계 70% 배출기준치를 초과했다.


                                                                                                                               질소화합물 30%는 ‘선박’


 









선박, 건설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의 양은 엄청나


지만 별다른 대책은 없다.


건설기계와 선박은 더 심각하다. 오염물질을 배출해도 이를 제어할 법적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엄청난 양의 매연을 쏟아내고 있다. 건설기계와 연안용 선박은 경유자동차와 달리 노후화가 심각하기 때문에 오염물질 배출도 훨씬 많다.

정부가 2015년부터 5만대의 건설기계를 대상으로 저감사업을 한다고 밝혔지만 목표치 3000대 가운데 실제 집행실적률은 1/3도 안 된다. 특히 500대를 조기폐차하기로 했지만 실적은 전무했다.

선박도 심각하다. 전 세계 질소산화물의 30%가 선박에서 배출된다고 알려졌으며 컨테이너 선박 1대가 디젤트럭 2000대보다 많은 CO₂를 배출한다. 이에 따라 선박배출가스 규제지역(ECA)도 확대되고 있지만 석유계 연료 사용 선박을 대체할 LNG 벙커링 기술발전에 있어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선박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이 심각하다는 점은 항구도시를 보면 알 수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부산지역 초미세먼지의 56%가 선박 등 비도로오염원에서 배출된 반면 자동차 등 도로이동오염원으로 인한 배출량은 12.9%에 불과했다.

선박 입출항이 많은 태종대 측정소의 경우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58㎍/㎥를 기록해, 공단지역인 학장동 측정소를 뛰어넘었다.

환경부 관련 예산 갈수록 줄어









초미세먼지 성분비. 입자가 작은 만큼 인체에 더 치명적이다.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영향이 심각하지만 정부 대책은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환경부가 2016년 ‘5대 환경난제’에 미세먼지를 포함시켜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난 2015년 시행 예정이던 저탄소차협력금제(탄소 배출량이 적은 차는 보조금을 주고 많은 차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는 기획재정부 반대에 부딪혀 2020년 이후로 연기됐으며 이마저도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게다가 환경부의 대기오염 관련 예산은 해마다 줄어 올해도 1738억원에서 1692원으로 줄었다. 기후대기정책국의 예산이 기후변화에 쏠리면서 대기 관련 예산은 계속 감소하는 것이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가 석탄화력이다. 가뜩이나 많은 화력발전소를 줄이기는커녕 신규로 20기가 추가될 계획이다. 2030년경에는 총 44GW 규모, 70기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 석탄화력발전의 47%가 집중된 충남지역은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충남 당진에서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석탄발전소로 인해 매년 300명의 추가 조기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연구를 통해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화력발전소가 새로 건설될 경우 초미세먼지(PM2.5) 증가로 인해 1144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발전소의 가동기간을 30년으로 가정할 경우 초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자는 총 3만4320명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취약계층 대책 마련 시급

미세먼지는 취약계층에 특히 심각하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하면 천식 입원 위험도는 15세 미만 어린이에서 1.05%, 영유아에서 1.6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2013년 초미세먼지 농도가 WHO 일평균 대기질 권고기준인 25㎍/㎥를 달성한다면 서울시 15세 미만 어린이 천식 입원은 172건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녹색당이 전국 지자체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미세먼지 농도는 연평균 26.5㎍/㎥로 기준을 초과했다.

전문가들은 일률적인 배출기준이 아닌 건강영향을 고려한 초미세먼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배현주 박사는 연구자료를 통해 “선진국들은 대기환경기준을 설정할 때 건강영향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건강영향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취약계층 보호를 포함한 전방위적인 미세먼지 대책이 필요하지만 선박과 건설기계, 화력발전소 등에 환경부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범정부적인 종합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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