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기자
▲ 복음주의 포럼에서 강연하는 서철원 박사 |
이 철학적 영향을 따라 아퀴나스 또한 ‘각자의 몫을 각자에게 돌리는 것’을 ‘의’라고 해석했고 이 사상은 신학대전에 반복적으로 밝혔다는 게 서 박사의 해석이다. 이 개념에 의하면 구원받을만한 사람의 ‘의’도 의로움을 받을만한 합당한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결국 구원의 의를 받으려면 사람도 그에 합당한 ‘몫’을 감당해야 한다. 기본 가르침은 예수 믿는 것은 시작점일 뿐, 그 믿음을 선행으로 활성화할 때라야 그 믿음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것이다.
개혁신학은 이런 ‘믿음+선행=구원’이라는 중세시대의 가르침에 반기를 들었다. ‘범죄한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이 사람이 되셔서 십자가에서 죄값을 지불하시고 그것을 믿는 자는, 죄 값을 지불한 것으로 보고 의롭다고 선언해주심으로 의로워진다’고 가르쳤다는 설명이다. 어거스틴은 “믿음으로 의롭게 되지만 그것조차 은혜로 된다”는 개념을 가졌다고 한다. 서 박사는 “믿음을 구원의 조건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믿음은 구원의 조건이 아니라 은혜가 오는 통로다”라고 정리했다.
서 박사에 따르면 어거스틴은 물론 루터도 하나님이 사람을 의롭다, 죄 없다고 선언하신 것은 법정적 의로서 사람은 아무 행위를 한 것 없이 단지 믿는다는 고백 때문에 죄를 용서하신다고 봤다. 죄를 용서하시면 죄 없는 거 같이 된다. 서 박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은 오직 믿음 뿐이다”며 “자격과 의 때문에 영생 얻을 만한 자격이 생겨서가 아니라 그냥 믿었기 때문에 의롭다고 해주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박사는 “종교개혁은 ‘이신칭의’, 이걸 붙들면 교회가 교회로 서고, 이걸 수정하거나 배척하면 교회가 교회로 설 수 없다고 했다”며 “지금 우리가 오직 믿음으로만 구원에 이른다는 것을 다른 소리로 수정하거나 바꾸거나 추가하면 그건 이단되는 거다!”고 비판했다.
이런 기준으로 서 박사는 한국교회에 논란이 되고 있는 ‘바울의 새관점’과 ‘유보적 칭의론’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서 박사는 “예수에 대한 믿음 외에 율법 준수를 더해야 한다는 게 새관점, 예수 믿음으로 종말적 의에 이르는 게 아니라, 칭의라는 것은 심판 날에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보는 게 유보적 칭의론이다”며 “안식교인들이 왜 불안한가, 그건 조사심판이라는, 사람의 행위가 옳은지 그른지 심사하고 그 결과 의롭다고 하기 전까지는 구원을 받은 게 아니라고 주장하기 때문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서 박사는 “행함으로 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게 성경의 가르침이다”며 “예수 믿음에 사랑의 선행을 해야 완전 구원에 이른다는 말씀을 나는 아직 못 찾았다, 아무 데도 없다”고 역설했다. 예수 믿을 때 의롭다는 선언이 종말적 선언이며 그 믿음 때문에 천국 문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시험을 다시 통과할 필요가 없다는 게 서 박사의 견해다.
▲ “그리스도의 피의 공로와 그 풍성함을 깨닫는다면 일년 내내 십자가를 증거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역설하는 이흥선 목사 |
서 박사에 이어 이흥선 목사는 ‘복음의 핵심, 부활인가 십자가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목사는 먼저 총신대학교 실천목회연구과정 및 외부 목회자(목사 93%, 강도사 4%, 전도사 3%)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소개했다. 문항은 △구약시대 성도들은 어떻게 구원받았을까 △구원은 어떻게 받나 △한번 받은 구원은 영원한가, 상실할 수 있는가? △복음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등이었다. 설문결과 이 목사는 “특히 구원론에 있어서 아주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구약시대 성도들이 어떻게 구원받는가라고 설문조사한 결과 ‘할례’, ‘제물 드림’, ‘율법 지킴’, ‘선택된 유대인만 구원’, ‘행함’ 등의 답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천하 사람 중에 우리에게 예수 외에는 구원을 줄만한 다른 이름이 없다고 했다”며 “이것은 신·구약을 통털어서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구약의 예언은 성취가 돼야 하는데 십자가를 통해서만 신구약 성도들의 죄가 씻어진다”며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그 순간에 십자가를 통해 구원이 성취되고 모든 성도들의 구원이 십자가를 통해 결정된다, 이것이 십자가의 위대함이고 이것 외의 구원의 방법을 거론하는 건 비진리다”고 지적했다. 그는 “십자가는 곧 ‘피’로 설명된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피흘리심을 통해 죄사함을 받고 그것을 믿는 성도들은 새 생명과 세상을 이길 권능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십자가의 참 의미에 ‘새생명’, ‘권능’, ‘승리’가 함께 담겨 있는데 이것을 우울하고, 어두운 측면만 잘못 전해서 오해가 발생한다며 이 목사는 “그리스도의 피의 공로와 그 풍성함을 깨닫는다면 일년 내내 십자가를 증거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역설했다.
▲ 복음의 넓이와 깊이를 잘 배워 개혁신학의 든든한 방어막이 되길 소망한다고 설교하는 김우영 총장(총신대) |
한편 이번 포럼에는 총신대학교 김영우 총장이 설교했다. 김 총장은 “사도바울이 전한 복음을 교란케 하는 자는 저주 받을 것이다고 했다”며 “총신대학교는 종교개혁 전통을 잇고 자유주의의 공격을 잘 방어하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 따른 역사적 전통을 잘 지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다른 복음은 저주 받는다는 것을 깊게 염두에 두고 사도들과 종교개혁자들이 전한 복음, 성경에 입각한 복음을 잘 간직하고 그것들의 넓이, 깊이를 배워가면서 21세기 개혁신학의 튼튼한 방어막이 되길 소망한다”고 설교했다.
축사를 전한 한은수 감독은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시작됐다 해도 유전자 변이가 있었다면, 그 어떤 논의 주제도 흐지부지되고 만다”며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교회와 복음주의 포럼에 예수님에 대한 뜨거운 사랑의 DNA가 넘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 복음주의 포럼에 참석한 청중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