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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숲 가꾸기, 그린워싱보다 심각한 그린범죄 - 정부 예산으로 1등급 자연생태 훼손, 산지 개발 유도
  • 기사등록 2024-01-24 02: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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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가꾸기 사업으로 벌목된 현장 /사진제공=기후재난연구소


 문경시는 문경새재도립공원 경계부에 위치한 주흘산 정상부 사유지(문경시 문경읍 상초리 산42-58일원, 대성산업주식회사 소유)에 시예산 약 1500억원을 들여 케이블카를 포함한 대규모 산림파괴시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수한 산림의 훼손이 발생할 것이라는 문제의 지적을 없애기 위해 숲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린 사태가 발생했다. 산림청과 환경부, 지자체, 토지소유주가 연결된 ‘숲가꾸기’ 사업을 짚어야만 하는 이유이다.

문경새재 케이블카 조성사업은 문경시에서 2022년 7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에 착수했고, 그해 12월 기본 및 실시계획 용역을 착수했다.

문경시는 타당성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2022년 9월 22일) 산42-58(약 386㏊) 지역 중에서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조성을 추진하는 지역 약 2.7㏊만을 대상으로 생태자연도등급 재평가를 요구했다.

기후재난연구소는 “재평가 요구 사유는 ‘식생보전가치 미흡’이었는데, 이렇게 특정 지역만을 대상으로 한 이의신청 사유는 상부 정류장 예정지가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으로 개발신청서류 등이 제시될 경우, 환경영향평가 등의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것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등급을 낮추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세먼지 줄인다며 나무는 왜 잘라내나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이의신청에 의해 2022년 10월 13일~14일 이틀간 해당 지역을 조사했는데, 당시 평가에서는 구성식물종의 온전성, 식생구조의 온전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해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생태자연도 1등급을 유지했다.

인위적 훼손이 없는 자연림이 안정적으로 발달한 지역이기 때문에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판단을 받은 문경시는 이후, 2023년 1월에, 해당 지역을 포함해 33㏊의 대규모 면적에 대해 산림청의 예산으로 진행되는 ‘숲가꾸기’ 사업을 설계하여 진행했다.

해당 숲가꾸기사업의 목적은 ‘미세먼지저감 공익 숲가꾸기 사업’인데, 사업은 숲 내부의 나무들을 일정 비율로 베어내는 벌목(간벌)사업이었다.

미세먼지 저감을 명목으로 한 숲가꾸기 사업은 문경시가 해당 토지에 케이블카 조성사업을 본격적으로 착수한 이후, 즉, 해당 지역에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이 계획한 당사자가 진행한 것이다.

숲가꾸기 사업은 사업대상지가 사유지임에도 모든 사업비용은 정부의 세금으로 진행된다. 아울러, ‘나무를 베어내면 미세먼지가 많이 저감된다’는 논리는 억지에 불과하다.

반대로 나무를 베어내면 미세먼지를 흡착하는 엽면적지수가 대폭 감소하게 되고, 숲의 습도가 낮아지게 돼 미세먼지 저감 능력이 떨어질 뿐이다.

             숲가꾸기 사업으로 벌목된 현장 /사진제공=기후재난연구소


반년 만에 생태자연도 등급 하락

문경시는 세금을 들여 공익목적의 명분을 달아 숲가꾸기 사업을 진행한 직후, 바로 직전에 생태자연도 등급 이의신청에서 기각된 해당 지역에 대해 2023년 4월 5일 또다시 ‘식생보전가치 미흡’을 이유로 생태자연도 등급을 낮춰달라는 이의신청을 진행했다.

문경시는 우수했던 산림이 단지 반년 만에 숲의 생태적 자연성이 급격히 훼손됐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인 사유를 제시했는데, 등급요청지역 부분 벌채가 그것이다.

주목할 점은 공익목적의 사업인 숲가꾸기 사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숲의 훼손을 의미하는 벌채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2023년 5월 현지조사를 진행했는데, 우수한 생태적 가치를 지닌 지역에 대해 반년 전에 평가한 것과 정반대로 구성생물종의 온전성과 식생구조의 온전성이 낮다는 이유로 생태자연도 등급을 2등급으로 낮췄다.

기후재난연구소는 “생태자연도 등급을 낮추기 위한 벌채가 이뤄졌다는 것을 2회에 걸쳐 그대로 확인한 환경부 산하기관은 산림훼손의 불순한 의도에 대해 수사요청을 해야 함이 당연한데도, 오히려 등급을 낮춰주어 이후 개발을 수월하게 해 주는데 동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경시는 우수한 산림지역으로 평가되던 지역에 정부의 세금을 들여 숲가꾸기사업을 진행하자마자 생태자연도를 낮추고, 생태자연도를 낮추자마자 본격적인 사업 진행을 위해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진행했다.

부분 벌채가 진행돼 이미 훼손된 지역에 시설을 조성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환경영향평가서는 어렵지 않게 통과됐고, 문경시는 주흘산 정상부 일대에 케이블카와 스카이워크, 출렁다리 등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숲가꾸기 사업으로 벌목된 현장 /사진제공=기후재난연구소


국민 세금으로 자연생태 파괴

산림청은 숲의 생태적 건강성을 높인다는 명분을 내세워 숲가꾸기 사업을 100%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유지의 숲가꾸기 사업 또한 모두 세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숲가꾸기사업은 생태적 건강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숲의 생태적 건강성을 훼손해 개발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후재난연구소는 “이러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제도는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산림파괴를 위한 합법적 방법으로 교묘하게 이용되고 있고, 이번 문경시 케이블카 사업과 같이 노골적으로 해당 사업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까지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산림청이 숲가꾸기사업을 진행하면 생태적 건강성이 높아진다는 주장과는 달리 건강한 숲에 ‘숲가꾸기’를 진행하게 되면, 환경부는 생태자연도 등급을 낮춰주고 있다(1등급 → 2등급).

            숲가꾸기 사업으로 벌목된 현장 /사진제공=기후재난연구소


‘생태 파괴 카르텔‘의 그린범죄

기후재난연구소는 “환경부가 이를 알면서도 오히려 쉽게 용인해주면서 숲의 파괴를 방관하고 있다”며 “부처간의 모르쇠를 악용해 개발사업자는 높은 생태자연도로 인해 개발이 가능하지 않은, 자연성이 훌륭한 숲에 대해 숲을 가꾼다는 명목으로 산림청이 추진하는 숲가꾸기 사업을 신청해 모든 사업을 세금으로 진행한 후에 다시 생태자연도 평가를 요청하는 수법으로 개발행위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세금으로 진행한 일련의 사업으로 인해 마땅히 국민이 누리는 혜택인 공익적 가치 훼손이 발생하고, 반대로 세금으로 사유재산의 값을 올려주는 것이 지금의 산림청 ‘숲가꾸기’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기후재난연구소는 “이 방법은 엄정한 보전이 요구되는 지역조차 개발에 목메는, 개발만능주의에 빠진 수많은 지자체에서 암암리에 공유되고 있는 상황으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산림청과 환경부, 지자체, 개발사업자가 암묵적으로 만들어내는 국민생태자산의 훼손행위로, 그린워싱에서 나아가 그린범죄(Green Crime)에 이른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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