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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보다 못하다"… 정확도 의심받는 기상청… 왜?
"美·日 자료가 더 정확"… 볼라벤·덴빈 경로 예측 등 신뢰성 논란 또 불거져
독자 수치예보 시스템 없어 영국 모델 비용 내고 사용… "자체 프로그램 개발 시급"

"미국이나 일본이 예보한 것과 태풍 경로가 다른데, 우리 기상청이 조작한 것 아니냐."

지난달 30일 태풍 볼라벤의 북상 경로를 두고 때 아닌 조작 논란이 일어난 것은 우리 기상청의 발표보다 미국과 일본의 자료가 더 정확하다고 본 일부 전문가의 문제제기 때문이었다. 기상청 측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축했지만 우리나라만의 독자적 수치예보모델을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 며칠째 밤을 새워 가며 태풍 상황을 주시했던 기상청 직원들로서는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최근 제15호 태풍 볼라벤과 14호 태풍 덴빈의 경로 예측 등 기상청의 예보 신뢰성과 관련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독자적 수치예보모델 개발을 더 서둘러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치예보모델이란 지구 곳곳에서 관측된 바람, 기온, 습도 등의 데이터를 입력해 날씨를 예상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모든 날씨 예보의 가장 기본적인 틀이지만 개발에는 고난도 기술력이 필요해 자체 수치예보모델을 가진 나라는 미국 일본 영국 러시아 인도 등 13개국에 불과하다.

독자 모델이 없는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영국의 모델을 빌려와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에 영국 모델에 대한 성능시험, 슈퍼컴퓨터상의 호환성 시험을 진행한 후 2010년부터 해마다 약 7,100만원(4만 파운드)의 라이선스 비용을 영국 측에 지불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영국 모델을 도입하기 전에는 1991년부터 일본 정부의 협력으로 일본 모델을 무상으로 써왔다. 하지만 일본 모델은 집중호우 등 위험기상 예측이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업그레이드도 지원 받지 못해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한계를 보였다.

기상청의 빗나간 예보에 대한 비난 여론도 모델 교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2008년 8월 초 기상청이 서울 및 중부 지방에 80㎜ 이상의 집중호우를 예상하며 호우주의보 예비특보까지 발효했으나 실제로 20㎜ 안팎에 그치는 등 6주 연속 주말 예보가 어긋나면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

현재 영국 모델의 정확도가 세계 2위(1위는 유럽연합 모델)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우리 예보도 선진국 수준의 신뢰도를 갖고 있다는 게 기상청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허창회 서울대 환경과학부 교수는 "각 모델은 당연히 자기 나라 기상상황 예측에 최적화된 상태"라며 "태풍 같은 기상 현상이 많은 우리나라가 영국의 모델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1년 946억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개발을 시작한 우리나라는 2019년이나 돼야 자체 수치예보모델을 가질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그것도 안정적인 예산 지원과 인력확보가 보장되어야만 가능하다. 이미 미국은 1960년대, 일본과 유럽 일부 국가들은 1980년대에 개발에 성공했다. 2000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중국도 막바지 단계에 들어 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훈 기상청 수치모델개발과장은 "그 동안 전문인력과 정부지원 부족으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연구가 많이 늦어졌다"며 "지속적인 예산 지원과 인력이 필요해 예정 시한 내에 완성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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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09-03 21: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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