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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간병비 또 없던 일로 - 기재부 반대에 예결소위 슬그머니 전액삭감
  • 기사등록 2014-12-05 13: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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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더운 여름에도 산소통을 메고 마스크를 쓴 채로 거리에 나서고국회깎기에 혈안이다. <사진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를 찾아 호소했다. 그러나 제품 사용에 문제가 없다며 허가를 내준 정부는 지원예산올해 책정된 지원 예산 절반도 사용 안 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위한 간병비 예산 통과를 막은 기획재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국회의원들의 이른바 선심성 ‘쪽지예산’에 대한 여론이 나쁜 가운데 정작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게 고작 11억5000만원의 간병비 지원조차 아깝다고 전액 삭감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지난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환경부가 올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을 위한 ‘간병비’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된 예산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끝까지 반대 의지를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치료를 위한 긴급지원금에 불과했다. 이미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생활비 지원이 아닌 말 그대로 당장의 치료비만 지급하는 것이다. 이마저도 피해자를 4등급으로 나눠 1·2등급에 대해서만 지원하고 있다.

게다가 피해자 모집 또한 소극적이었고 지원할 피해자들과 지원범위를 제한한 결과 올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을 위해 마련된 예산 12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남아 불용처리됐다. 쓸 곳이 없어서 반납했다는 뜻인데, 치료비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피해자들로서는 복장이 터질 일이다.

이처럼 한쪽에서는 지원을 받지 못해 억울해하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지원예산이 남아돌아 반납하는 일이 벌어지는 가운데 지원대상자로 선정된 이들조차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치료비도 치료비지만 가족들이 생업을 그만두고 간병에만 매달리기에는 사정이 좋지 않은 피해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피해자 가족들은 “간병비 역시 병원에서 치료 받는 과정에 사용한 돈이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피해자 가족들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최소한의 간병비 지원 예산을 책정했고 환경부 역시 동의해 지원이 이뤄지는 듯 했지만 기재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예산 책정권을 가진 국회가 동의한 예산을 행정부인 기획재정부가 묵살하면서 고작 11억5000만원의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특히 기재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에 대해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반대로 일관했고 지원이 결정된 후에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지원예산을 대폭 줄였다. 인체에 해로운 제품의 사용을 허가한 정부 역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재부의 이러한 태도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피해자 및 가족들은 문제의 가습기살균제를 생산한 업체에 대한 처벌과 피해보상, 치료비 지원 등을 위해 무거운 산소통을 메고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았다.

국회 환노위를 중심으로 정부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았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까지 마련됐지만 등급을 나눠 지원범위를 제한한 결과 지원예산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불용처리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았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간병비 지원이 이뤄지기만을 기다렸지만 정작 국회 예결소위에서는 기획재정부의 설명만 듣고 여야 원내대표들이 즉석에서 간병비 지원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구태를 2년째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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