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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하수시설 탓에 ‘혈세’ 낭비 계속되고 있다. - 기존 관로 점검은 뒷전, 무조건 신·증설부터
  • 기사등록 2015-04-06 1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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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처리장 유입량이 늘어나면 원인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고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지자체들은 하수처리시설을 늘리는 데만 관심이 있다.국회의원들 지역구 챙기려 선심성 예산 남발

정부가 막대한 돈을 들여 하수시설을 새로 짓고 있지만 효율성이 떨어져 불필요한 예산이 낭비되고 하수처리 개선효과 역시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최근 감사원은 환경부에 대한 감사를 벌여 하수도 시설 사업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지자체가 요구대로 교부금을 나눠주면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택지개발사업 등으로 인구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하수처리장 유입량도 늘게 되고, 지자체들은 하수처리장 신·증설사업을 요청해 국고보조를 받고 있다.

여기에 투입되는 자금은 환경개선특별회계로, 환경부는 지자체 규모 등에 따라 총사업비의 10~70%를 차등 지원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인구가 증가하지 않아도 하수관로가 부실하면 지하수, 빗물 등이 유입돼 하수처리장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이를 불명수라고 한다.

환경부, 적절한 검토 없이 교부

많은 양의 불명수가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면 관로, 펌프장, 하수처리장의 용량이 부족해지거나 하수처리장의 유입수 농도가 낮아져 운영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처리해야 할 오수가 아닌 빗물 등이 너무 많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하수도법에서는 하수처리장 유입수의 농도는 낮지만 양이 많을 경우에는 불명수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하수처리장 규모를 늘리기보다는 먼저 기존 관로를 정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불명수 유입으로 인해 하수처리장에 문제가 생기면 하수관로를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하수처리장 규모를 늘리거나 신규 하수관로 사업을 남발했고 환경부는 적절한 검토 없이 이를 승인해 국고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감사원이 최근 3년간 신규 하수처리장 증설 사업에 대해 검토한 결과 유입수 농도가 70% 미만이어서 관로 정비가 우선인 6개 사업에 대해 600억원을 쏟아 부으면서도 정작 우선돼야 할 하수관로 정비는 없었다.

만약 6개 사업에 대해 먼저 관로 정비를 한 이후 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을 시작했다면 최소 82억원에서 최대 391억원의 사업비를 절감하고 연간 운영비 또한 최대 5억7600만원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분석이다.

신규 하수관로 설치로 인한 낭비도 만만치 않았다. 신규 관로를 설치하려면 기존 관로를 우선 점검 및 정비하고 하수처리장의 불명수 유입, 방류수질 등을 검토한 이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원이 분석한 하수관로정비 사업 20개 가운데 처리구역 내 정비는 10%에 해당하는 38.6㎞에 불과했고 나머지 339㎞는 신규로 연장해 처리구역을 확대한 사업이었다.

그 결과 더 많은 양의 물이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면서 방류수 수질기준을 맞추는 것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운영비가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감사원은 20개 하수처리장의 연간 운영비 10억원이 비효율적으로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광범위한 하수관로 정비를 위한 임대형 민간투자사업(이하 BTL사업) 역시 낭비가 심했다.

하수관로정비 BTL사업은 기존의 합류식 관거를 분류식 관거로 변경하는 사업이며 대부분 하천변 등에 설치돼 지반침하 가능성이 높은 차집관로를 우선적으로 정비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 하수관로정비 BTL사업에는 차집관로를 제외시키면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5조8817억원을 투입했으면서도 당초 목표를 밑도는 결과를 얻었다.

감사원이 경북 상주시와 충북 보은군 지역 등을 대상으로 BTL사업 결과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상주하수처리장은 차집관로를 통해 불명수가 유입되면서 당초 목표인 하루 1만5510㎥를 초과해 하루 2만4045~2만5040㎥가 유입됐고 수질 역시 성과보증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보은하수처리장 역시 목표 수량인 하루 3402㎥의 두 배가 넘는 6744~7101㎥가 유입됐고 BOD 수질기준 또한 달성하지 못했다.

“예산부터 따고 보자”

이처럼 하수처리장과 관련된 예산이 주먹구구식으로 쓰이는 데는 애초 사업시작단계부터 면밀한 검토 없이 ‘예산부터 따고 보자’는 식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다음해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환경부의 ‘하수구 정비’와 ‘하수처리장 확충 사업’은 여야 의원이 쪽지·카톡 예산을 통해 지역구를 챙기는 단골 창구다.

연말이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뒤집는 것처럼 하수관거를 정비해 효율을 높이는 대신 더 많은 예산을 따낼 수 있는 신규하수처리장이나 하수관거 신설에 매달리는 것이다.

또한 환경부가 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배정해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되고 대신 지역의 하수관거정비 예산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예산안을 살펴보면 저탄소협력금제 예산 1515억이 삭감된 대신 수질개선 명목의 하수관거정비에 319억원, 농어촌마을하수도에 89억원, 하수처리장 확충에 158억원이 증액되는 등 지자체 교부금으로 변질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지자체에 지급하는 교부금에 대해 환경부가 꼼꼼하게 따지는 대신 해당 예산을 요청한 국회의원의 눈치를 살피느라 제대로 따져보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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