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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과거사 사과] 박근혜, 충혈된 눈으로 "진심 받아달라"
'민혁당' 발음하기도… 일문일답 회피에 '진정성' 뒷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내내 착잡한 표정이었다. 대선 후보이기 이전에 딸로서 아버지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데 대한 복잡한 심경이 얼굴에 그대로 묻어났다. 두 눈은 충혈돼 있었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박 후보의 평소 표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며 "국민께서 저에게 진정 원하시는 게 딸인 제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심경의 일단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저도 대통령을 아버지로 두었기에 역사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면서 "어머니, 아버지 모두를 흉탄에 보내드리고 개인적으로 절망의 바닥까지 내려가기도 했다"고 아픈 개인사를 덧붙였다. 더 이상의 과거사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국민의 감성에 호소하려는 듯 했다.

박 후보는 다소 긴장한 듯 인혁당 사건을 "민혁당 사건"이라고 발음하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기자회견문이 뜬 프롬프터에 '민혁당'으로 잘못 쓰여 있던 것을 그대로 읽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약 10분 간 회견문을 읽은 뒤 당사를 떠나면서 '오늘이 마지막 사과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말씀 드린 내용에 모든 게 함축돼 있고, 앞으로 실천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제 진심을 받아 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박 후보가 전향적 입장을 내놓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주쯤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환 비서실장과 서병수 사무총장 등 측근들이 "5ㆍ16과 유신을 단순히 역사적 사건으로 봐선 안 되고,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 "쿠데타와 유신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고치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에 이기더라도 대통령 취임 선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논리로 박 후보를 설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회견에서 기자와의 일문일답 시간을 갖지 않아 일각에서는 사과에 대한 진정성이 다소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기자들의 과거사 관련 질문이 계속될 경우 자칫 입장이 불편해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이를 피하러 일문일답 시간을 아예 잡지 않은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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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09-25 12: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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