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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숨을 쉬고 싶을 뿐 우리는 예민한 엄마들이 아닙니다” - 미대촉과 환경부장관 간담회서 터진 엄마들의 울분
  • 기사등록 2018-02-05 15: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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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 회원들이 미세먼지 정부 정책의 빠른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해 7만여 명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 ‘미세 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 대표 이미옥)’ 회원 50여 명과 김은경 환경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정부의 지지부진한 정책에 뿔난 학부모들의 수준 높은 질문 세례에 김 장관이 곤혹을 치렀다.



정부 정책에 뿔난 엄마들, 장관과의 대화 통해 대책 촉구



지난 1월 3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학부모들이 주축인 미대촉 회원들은 미세먼지 정책의 빠른 시행을 요구했다. 간담회에는 김은경 환경부장관과 정해관 미세먼지대책위원장, 이미옥 미대촉 대표 및 회원들이 참여했다. 그들이 주장한 세부 시행 정책 요구에는 ▲강화되는 대기환경기준을 2018년 3월 1학기 시작 첫날부터 적용하라 ▲교육기관의 실내 공기 질 점검 항목에 신설되는 초미세먼지 항목의 측정 기준을 실외 대기환경기준에 준해 강화하라 ▲교실 내 공기 질 검사는 학교 및 유치원 자체 검사가 아닌 외부기관에서 불시에 점검하도록 하라 ▲각 교육기관의 교사와 학생들에게 미세먼지 유해성 교육과 대응 교육을 철저히 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장 다가올 새 학기, 우리 아이들의 운명은?



미대촉 이미옥 대표는 “심지어 교육청 담당자는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요구를 특정 학부모의 예민함으로 치부하고 환경부에서 요청한 매뉴얼조차 일선학교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올 상반기 대기환경기준이 강화되면 그 이후에 참고하겠다는 교육부 자세는 가장 고농도가 예상되는 3~5월을 앞두고 최소한의 고민조차 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외부보다 약화된 기준을 실내에 허용한다는 것은 아이들이 실내에서 오염된 공기를 마셔도 교육부는 상관없다는 입장”이라며 “외부는 초미세먼지 36㎍/㎥부터 ‘나쁨’인 상황인데 실내가 70㎍/㎥이어도 ‘보통’이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교사가 직접 날짜를 정하고, 교실을 정하고, 1년에 단 한 번뿐인 검사를 요식행위처럼 진행하는 현재의 교육기관 실내 공기질 검사는 당장 개선돼야 한다”고 실효성 있는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미리 지정된 10명의 회원이 질문을 하면 김은경 장관과 정해관 위원장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간담회는 중국발 미세먼지부터 미세먼지 측정 기준, 학교 실내공기질 관리까지 미세먼지에 대한 통합적 질문이 쏟아졌다. 먼저 중국발 미세 먼지 문제에 대해 김 장관은 “초기에는 중국에서 들어온 미세먼지가 영향을 미쳤지만 후반에는 중국의 영향이 거의 없었고, 내부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쌓여서 문제가 생겼다”며 “어느 한쪽을 문제로 삼아선 해결이 안 된다는 걸 보여줬고, 결국 양쪽의 문제를 다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미옥 대표는 발표를 통해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미세먼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세먼지 ‘보통’, 나갈까요 말까요?



미세먼지(PM 2.5) ‘보통’의 기준을 놓고 김 장관과 참석자 간의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대촉 회원은 “에어코리아 기준으로는 50㎍/㎥까지가 ‘보통’인데 WHO(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한 기준으로 25㎍/㎥ 이상은 ‘나쁨’이다”라면서 이것을 모르는 국민들은 ‘보통’이니까 나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김은경 장관은 이에 대해 “기준을 강화하게 되면 겨울철에는 매일 나가지 말라고 할 수도 있다”며 권고 기준치를 낮추는 것이 불안이나 과민을 불러일으키지 않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문제라고 답했다.



미대촉 회원들은 “미세먼지에 대해 언급하면 예민한 학부모인가”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미세먼지 측정 방식을 놓고도 비판이 제기됐다. 한 회원은 “현재 시스템은 한 시간 단위로 미세먼지 수치를 업데이트하고, 대부분 30㎞ 이상 떨어진 곳에서 측정한 수치를 봐야 한다”며 “아이를 데리고 나가고 싶어도 정확한 현재 수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간이 측정기라도 사서 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 말했다. 이에 정해관 위원장은 “간이측정기를 쓰더라도 단순히 수치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 노출됐을 때 수치가 좋고 나쁜지, 그 차이를 인식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현실성 있는 조속하고 실효적 대책 강조



미대촉 회원들은 기대와 다른 미세먼지 대책과 지지부진한 교육부·환경부의 정책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 회원은 “페놀 유출 사건 당시 시민운동을 했다는 얘기를 하신 걸 듣고 동지애를 느꼈는데 오늘 간담회에서 답변하시는 걸 보니 그때의 정부와 다를 것이 뭐가 있느냐”며 지적하자 많은 회원들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회원들은 “미세먼지 대책에 다른 부처를 이끌 수 있는 힘 있는 환경부가 될 것”을 당부했다. 이들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교육부에 강력하게 대책 마련을 촉구해 달라”며 새 학기에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했다.



김 장관은 “미세먼지 원인을 딱 하나 꼽으라면 화석 연료라고 할 수 있다”면서 “당장 화석 연료 발전소를 문 닫게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사회적 합의를 통해 미세먼지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세먼지가 이번 한 번의 간담회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면서 “수십 년간 우리의 생활방식이 갖춰지면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정말 치열하게 싸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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