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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하기 이른 ‘한국형 수소사회’ - 탄소중립 큰 틀에서 탈탄소 전제 없인 미래 안갯속
  • 기사등록 2021-02-01 23: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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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수소생태계 구축 시도는 '친환경'이라는 알맹이가 빠져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수소모빌리티+쇼 /사진출처=산업통상자원부

‘청정’ 그린수소 과제 숱한데 연료전지 공급은 늘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더불어 수소생태계 구축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지형을 바꿀 대안이다. 청정하게 수소를 만들어 써야 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 과정엔 온실가스 발생이 없어야 할뿐더러 시장 활성화를 위한 경쟁력도 갖춰져야 한다.



수소생태계에서 ‘그린수소’의 상징성은 절대적이다. 기존 정유화학 과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와 추출수소는 온실가스를 동반한 ‘그레이(Gray) 수소’라서다. 수소사회가 앞으로의 국가경쟁력으로 여겨지는 배경에 ‘저탄소성’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레이 수소는 방향성이 틀리다.



수소생태계까지의 과제



우리가 세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상 204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최소 30%다. 목표가 가시화되면 석탄발전이 나간 자리의 상당 부분을 메우게 된다.



‘수소경제 로드맵’부터 ‘수소법 제정’ 및 ‘범부처 수소 R&D 협의체’ 구성까지, 정부의 남다른 관심을 감안하면 이 시점의 수소생태계는 지금보단 나은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렇다면 미래의 수소사회가 지향할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



수소를 국내서 생산할 경우 결국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 신재생에너지를 원료로 써야 한다. ‘수(水)전해’를 활용한 기법이다. 그리고 전력계통의 변동성을 고려해 ‘이중적 기능’도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수소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에너지 저장의 역할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27일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제’를 주제로 열린 온라인 세미나에서는 앞으로의 방향이 제시됐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KEEI) 박사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과잉공급 등 전력계통의 변동성이 증가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활용 전력을 수전해 장치에 공급해 수소를 생산·축적하는 방식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소, 생산·저장 구현돼야



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시간별 전력수요에 따라 전체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해도 남는 양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바, 2040년의 신재생 비중을 30%로 가정했을 시 총 발전량의 5.8%가 공급과잉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5%까지 끌어올릴 경우는 13.7%까지 높아졌다.



문제는 ‘알맹이’가 될 수전해 장치의 뚜렷한 기반 자체가 국내엔 아직 없다는 점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독일은 이미 55MW 이상의 수전해 설비가 사용 중인 반면 한국은 아직 개발 단계에 그치고 있다. 일본 역시 10MW급의 용량을 갖췄다. 그린수소 생산기술 확보와 실증사업에 예산을 투입한 정부가 풀어야 할 근본적인 숙제다.



정책 당국이 당장의 '보급'에서만 벗어나 미래의 수소사회가 지향할 모습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는 평가다.(수소차 충전소)

‘수전해용 수소’의 요금을 어떻게 산정할지도 미리 따져야 한다. 현재 수소가 많이 쓰이는 연료전지 분야(수소연료전지차, 발전용 연료전지)는 LNG 등으로 만든 저렴한 그레이 수소가 대부분 적용된다. 따라서 차후 시장 경쟁력을 위해선 이만큼 가격을 낮춰야 한다. 다시 말해, 신재생에너지 전기요금을 자체를 떨어뜨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김재경 박사는 “발전 사업자(신재생에너지)가 직접 수전해까지 하는 게 아니라면 전기를 사 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전기요금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아직 신재생에너지 전기요금을 얼마로 할지 기준가격이 없는 상황에서 이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수소법의 본격 시행에 따라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짜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온실가스종합센터에서는 탄소중립 이행에 관한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얼마나 실행 가능성 있는 구상이 나오느냐에 따라 실제 정책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커진다. 3~4월경에는 탄소중립위원회 또한 꾸려질 예정이다.



관건은 석탄발전의 폐지 시점이다. 탄소중립의 근본 취지인 탈탄소 사회를 위해 아직 남아있는 60기와 추가로 건립 중인 7기는 절대적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선 수소 또한 온전히 깨끗한 연료로 여겨질 수 없다.



수소생태계, 석탄 폐지와 따로 가선 안 돼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2040년 수소연료전지 발전설비 목표치(8GW)에 쓰일 수소의 30%만 LNG로 만든다고 가정해도 893t(톤)가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게 된다. 600㎿급 화력발전소 2.5개가 내뿜는 것과 맞먹는 양이다. 친환경을 위한다는 정부의 고민이 무색해지는 이유다.



이 가운데 지난해 10월15일에는 수소발전의무화제도(HPS)의 전력거래시장 도입이 최종 의결됐다. 발전사들이 전기를 생산할 때 반드시 신재생에너지로 일정 비율을 맞추도록 한 방식을 수소에도 적용시킨 것이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자들로선 판매처는 확보됐다. 그러나 깨끗한 그린수소의 안정적 공급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만 열린 것과도 다르지 않다. 탄소 배출은 계속될 거란 얘기다.



수소생태계가 탄소중립 전환에 걸맞은 대안이 될 조건은 그린수소 기반이 전제될 때다. 만들 수 있는 수전해 기술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 상태에서 막대한 개발 예산 투입은 불가피하다. ‘불확실성’을 수반하고 있는데 동시에 시장의 수소 수요는 늘리고 있다. 그레이 수소 기반의 탄소중립 없는 한국형 수소생태계가 연출될 우려와 무관치 않다.



독일의 에너지 싱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Agora Energiewende)의 프로젝트 매니저 필립 리츠(Philipp Litz)는 “독일은 2020년 탈석탄법의 통과로 언제 탈탄소가 구현될지에 대한 기한이 생겼다”면서 “정책 결정이 늦는 만큼 상당한 경제적 위험 부담이 따른다”고 당부했다. 탈탄소 할 수 있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지난 1월2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제' 토론회에서는 그린수소 기반의 탄소중립 전환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의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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