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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₂ 대책 없는 ‘소각장’ 존폐 위기 -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따라 9% 감축 의무 부과
  • 기사등록 2014-08-13 16: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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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시설은 단순한 혐오시설이 아니라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이다.CCS기술 걸음마 단계, 뾰족한 방법 없어 고민
소각열 생산으로 원유 대체, 실적 인정 안 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이 불과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산업폐기물 소각업계가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다.

환경부는 산업폐기물 소각업체에 대해 2015~2017년 1차 기간 동안 9%의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면서도 폐열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온실가스 감축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아 자칫 과징금 폭탄을 맞고 줄도산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각업체가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굴뚝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해서 저장하는 CCS(탄소포집) 기술이 필요하지만 아직도 개발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기술 상용화는 아무리 빨라도 2020년에나 가능하다.

결국 소각량을 줄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태인데, 소각장에서 처리하는 폐기물의 양은 해마다 늘어 2008년 대비 2012년 26% 증가했다.

민간소각업체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소각업체들을 모아 2015년부터 3년간 9%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라고 지시하면서도 쓰레기를 태워 생산하는 폐열에너지는 온실가스 감축실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쩌라는 말인가”라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소각장에서 쓰레기 반입을 거부한다면 대책은 있는지 묻고 싶다”라고 밝혔다.

신재생E 생산으로 원유 대체 효과

산업폐기물을 태워 발생하는 열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인근의 열병합발전소, 지역난방공사, 한국전력, 산업단지 입주업체 등에 판매된다. 폐열을 스팀으로 바꿔 배관을 통해 필요한 곳으로 보내면 이를 이용해 보일러를 가동할 수 있어 버려지는 폐열이 화석연료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민간소각업체의 소각열에너지 생산은 2008년 2432Gcal에서 2012년 3714Gcal으로 53% 증가했으며 소각열 이용량도 늘었다. 소각열 판매로 인한 매출량도 275억원에서 810억원으로 5년 새 3배나 뛰었다.

특히 폐기물 소각처리 단가는 5년 새 17만원에서 14만원으로 떨어졌지만 소각열 판매단가는 1만3900원에서 2만2500원으로 상승해 업계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2012년 한 해에만 31만3천㎘의 원유 대신 소각열을 사용하면서 2418억원의 경제적 효과와 함께 88만2천CO₂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뒀다.

폐열은 소각에 의한 열 회수 기술 등의 가공·처리 방법을 통해 연료를 생산하는 폐기물에너지로, 신재생에너지에 속한다. 따라서 소각업계는 폐열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발전소 온배수는 RPS 포함 돼

소각업계는 형평성에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RPS(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실적 미달로 발전사들이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되자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을 수정해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를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신재생에너지업계는 온배수를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면 발전사들이 쉬운 방법을 놔두고 태양광과 풍력 등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신재생원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우려했지만 전기요금을 올릴 수 없는 산업부가 밀어붙여 결국 법까지 바꿨다.

발전소가 온배수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판매처를 확보해야 하고 사업 환경과 주민수용성 등 고민해야 할 사항이 많다. 또 온배수 공급에 이상이 생겨 주요 공급 대상으로 점찍고 있는 화훼농가나 양식장에 피해가 발생하면 발전사가 모든 보상을 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반면 소각장 폐열은 이미 공급 시스템이 마련돼 상용화된 상태다. 배관으로 스팀을 공급 받는 업체들은 석유 대신 스팀을 이용해 보일러를 가동할 수 있으며 비용도 원유보다 싸 경제적이다.

2012년 기준 스팀의 공급단가는 톤당 2만2500원으로, 이를 발열량 기준으로 환산하면 Gcal당 3만3913원 꼴이다. 원유의 ℓ당 가격은 1088원으로, 발열량 기준 단가는 10만9966원에 달해 스팀보다 3배 가까이 비싸다. 난방공사 등이 원유 대신 스팀을 사용하면서 얻는 경제적 이익은 2012년 한 해에만 1814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환경·경제적 효과가 확실함에도 환경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산업부가 법을 바꿔가면서까지 발전소 온배수 활용을 RPS 실적으로 인정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각열에너지는 원유에 비해 가격이 1/3에 불과하다. 게다가 온실가스 감축효과도 있다.

수급업체만 일방적으로 유리

환경부 관계자는 “원유 대체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폐열 생산주체인 소각장이 아니라 돈을 주고 폐열을 구입한 난방공사 등에 주어지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폐열을 구입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원유에 비해 1/3 가격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를 구입하면서 온실가스 배출권까지 공짜로 획득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소각장의 폐열 생산은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청정개발체제)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실시하면 이를 자국 내 감축실적으로 인정해주는 CDM 제도는 비용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반면 국내 소각장의 폐열 생산은 돈을 주고 팔기 때문에 감축실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게 환경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폐열을 구입하는 업체 역시 온실가스 감축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는 줄였는데 감축실적은 누구의 것도 아닌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민간소각업계 관계자는 “폐열을 공급받는 업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를 만들면 소각업체 입장에서 관련 기술 개발이나 인프라 확충에 나설 이유가 없다”라며 “모든 감축 실적을 인정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온실가스 감축실적은 소각업계에 배분해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국내 대표적인 12개 민간 소각업체를 기준으로 2013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85만톤이며 2015년 예상할당량은 168만톤, 초과배출 예상량은 16만톤이다. 해마다 소각대상 폐기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톤당 배출권 가격을 1만원으로 가정하면 166억원, 톤당 2만원 시 333억원의 감축비용이 필요하며 감축실적 달성 실패로 톤당 1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된다면 1665억원의 부담을 지게 된다.

민간소각업체 가운데 가장 큰 업체의 한 해 매출이 1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2개 업체가 1665억원을 나눠 내더라도 파산을 면하기 어렵다.

‘과징금폭탄 맞으면 확실한 파산’

설령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소각량을 줄인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소각장에서 반입을 거부한 가연성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도 문제지만 소각장 자체적으로도 기술적 어려움에 부딪힌다.

소각업계 관계자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허가증에 명시된 소각량보다 적은 양의 폐기물을 투입하면 연소실 출구가스 온도 850℃를 유지할 수 없어 폐기물관리법을 어기는 결과가 된다”라고 하소연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앞두고 경제단체들이 압력이 거세다. 이에 환경부는 업체 입장을 고려해 보다 완화된 거래제 시행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환경부가 환경산업기술원이라는 산하단체까지 만들어 육성한다던 환경업체들은 고사위기에 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억지에 가까운 요구도 들어주던 환경부가 정작 자기 식구라고 할 수 있는 환경업체들의 어려운 사정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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