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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판단기준은 환경성이 우선 - 자원순환사회촉진법 놓고 정부와 고물상 대립
  • 기사등록 2015-03-07 15: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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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공청회에는 학계, 시민단체, 업계 등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사업자 판단에 맡기면 환경·공공성 훼손 우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의 중인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안(이하 자원순환법)’을 놓고 이른바 고물상으로 대변되는 수집업계와 정부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물품을 ‘순환자원’으로 분류해 폐기물법상 규제를 받지 않겠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지만 전문가들은 폐기물과 순환자원의 경계가 불분명하며, 순환자원이라도 방치될 경우 폐기물로 전락해 환경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자원순환법은 부담금을 부과해 매립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을 통해 최대한 순환·이용하도록 해 자원 에너지를 선순환하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현재 국회의원 발의 4개안과 정부안 1개를 대상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심사 중이며 최근에는 공청회까지 열렸다.

5개 법안이 정부 역할과 책임 측면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자원 순환 사회의 기본 원칙과 주체별 책무 명시 ▷정부의 순환 자원(재활용 쓰레기) 인증 ▷ 유통센터 건립을 통한 순환자원 거래 활성화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재활용 자원이라도 적절히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면 환경을 오염시키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30년 된 낡은 폐기물관리법

공청회 당일 자원순환법제정시민연대(이하 자순법시민연대)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배출물을 폐기물로 규정하는 지금의 폐기물관리법은 30년 전에 만든 법으로, 현재의 자원순환 시대에 걸맞는 법이 아니다”라며 “안정성이 확인된 배출물은 순환자원으로, 유해성이 우려돼 관리해야 할 배출물은 폐기물로 구분하는 자원순환기본법을 제정하라”고 주장했다.

자원재활용연대, 폐지노인복지시민연대, 재활용인생존권수비상대책위원회 등 10여개 단체가 모인 자순법시민연대가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순환자원 인증으로 인한 부담 증가다.

자순법시민연대는 “정부 주도 자원순환법의 문제는 현행처럼 민간 자율로 맡겨 두면 될 순환자원을 환경부가 나서 관리하고 인증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안이 통과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200만 업계 종사자들에게 인증에 들어가는 준조세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물상의 부담이 증가하면 이는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노인들에게도 파급효과가 이어져 가뜩이나 생계가 곤란한 이들에게 큰 피해가 갈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고물상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도 불만을 키우고 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고물상은 폐기물 수집시설이다. 따라서 국토부는 고물상의 토지 용도를 ‘분뇨 및 쓰레기 처리 시설’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주거 및 상업시설에 있어서는 안 되는 현재의 고물상은 모두 불법시설로 내몰릴 수 있다.

이에 자순법시민연대는 순환자원의 1차 수집·분류시설인 고물상을 자원순환형 고물상으로 전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순환자원과 폐기물을 분리해, 폐기물관리법이 아닌 순환자원만을 관리하는 새로운 법의 관리를 받겠다는 것이다.

경제성만 따지면 환경 망쳐

그러나 정부는 물론 전문가들 대부분이 자순법시민연대 주장에 부정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공청회에서 상명대 박준우 교수는 “재활용 가능한 유용한 모든 폐기물(부산물 포함)을 순환자원으로 분류해 원천적으로 폐기물에서 제외하는 것은 자원순환보다 더 큰 범위의 환경보전에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며 보수적이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즉 아무리 가치 있는 물건이라도 버려지면 폐기물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폐기물에서 제외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재활용업자에게 버려진 금속캔은 자원이겠지만 일반인에게는 치워야 할 쓰레기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모든 국가에서 특정 품목을 원천적으로 폐기물에서 제외하지 않고 있다. 다만 어느 시점에서 폐기물이 더 이상 폐기물로서의 관리를 받지 않도록 폐기물 종료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박 교수는 “폐기물 종료시점에 대한 판단은 경제성이 아닌 환경성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라며 “사업자의 자의적 판단으로 결정되면 환경성이나 공공성 기준이 아닌 경제적 이유로 폐기물 종료가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쓸모있는 제품도 버려지면 폐기물

시민단체도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사무총장은 “오염방지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시설에서 건설폐목재를 연료로 활용하면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철과 폐지를 주워다 팔면 돈을 벌수 있기 때문에(유가성) 경쟁적으로 주워가는 재활용자원이면서 환경오염 위험도 낮다. 따라서 폐지를 수집하는 어르신들에게 폐기물 수집·운반 자격을 요구하지 않는다.

반면 폐유, 폐유기용제, 폐산, 폐알칼리 등은 유가성이 있지만 잘못 관리될 경우 토양이나 수질 등을 오염시키기 때문에 폐기물 수집·운반 자격이 없는 개인이 수집해서 판매할 수 없다.

김 사무총장은 “폐기물 속성에 대한 대체적 관리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순환자원을 폐기물에서 일률적으로 제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폐기물 종료(순환자원 인정) 제도의 도입은 필요하지만 폐기물관리법의 재활용 용도 및 방법 기준과의 관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리적 측면을 검토한 사회자본연구원 전재경 원장은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살펴보면 폐기물을 일단 불용물로 배출되는 폐기물 트랙에 집어넣어 심사하고 경제성·환경성 등을 따져서 순환자원으로 인정하고 있어 현재의 폐기물관리법과 다를 바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 원장은 “법리적 차원에서 정부안이 잘못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은 시장이나 공동체가 충분한 신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유가성이 있는 품목을 모두 폐기물 테두리에서 제외할 경우 방치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과 각종 민원이 발생할 위험이 높고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만큼 성숙된 사회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에너지 재활용도 순환자원”

반면 중소기업중앙회 현준 창조경제부장은 “환경부 법안에 제시된 내용들은 기존 폐기물관리법을 수정해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민간에 의한 재활용 시장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순환자원거래소를 통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민간 주도의 순환자원 거래시장 조성을 위한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며 자순법시민연대 의견에 일정 부분 동조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물질 재활용뿐만 아니라 에너지재활용도 순환자원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소각업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한국산업폐자원공제조합 신총식 부이사장은 “폐기물처분업계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저질의 혼합폐기물을 소각해 에너지를 회수해 스팀·전기·온수 등으로 재활용해 연간 860만Gcal의 에너지를 회수·이용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에너지회수효율 75%를 충족하지 못해 재활용이 아닌 단순처분으로 취급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 부이사장은 “재활용이 80% 이상이면 순환가능한계로 볼 수 있는데, 재활용 또는 판매하고 남은 소각매립물질까지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적정 처리를 조장하는 역효과만 낳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자원빈국인 한국은 앞으로 자원순환사회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매립 및 소각에 부담금을 부과하고, 자원 활용을 유도하는 자원순환촉진법은 현 윤성규 환경부장관이 취임 초부터 밝혀온 정책목표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와 영세고물상, 폐지를 줍는 노인들까지 각종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어떤 식으로 5개 법안을 통폐합해 정리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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