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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기후변화 위험 못 느껴” - 국가기후변화적응계획, 구체성·현실성 부족
  • 기사등록 2015-06-26 12: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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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기후변화포럼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폭염으로 인한 질병 증가, 물 부족 대처해야

전 세계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힘과 지혜를 모으고 있다. 한국은 2020년 이후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계획(INDC)을 6월 중으로 제출할 계획이며,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제출을 끝낸 상황이다.

기후변화를 막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미 달라진 기후, 앞으로 더 더워질 지구환경에 적응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3.2℃ 상승해 아열대 기후가 현재의 남해안 지역에서 내륙을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강수량 역시 15.6% 증가하지만 집중호우 가능성 역시 높아져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온상승은 폭염과 더불어 재난·재해의 증가를 불러온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2030년 4820명, 2050년 1만1673명으로 전망되며 미래 질병부담 비용 역시 2010년 530억원에서 2050년 1조4377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부담 비용 1조4377억원

이처럼 기후변화가 현실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에 적응하려는 노력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정부는 2009년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전 예방적 관리에 우선적인 노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기후변화적응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지만 정확한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조차 별로 없다.

특히 기후변화 및 영향과 관련된 자료가 부족하고 기후변화 현상과 피해별 대응방향의 구체성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2일 국회기후변화포럼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환경부 기후변화협력과 정은해 과장은 “과학적인 분석과 정확한 예측을 통한 대처 시나리오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기후변화적응대책은 여러 부처의 정책에 대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2010~2015년의 1차 계획에 이은 2016년 이후를 대비하는 제2차 국가기후변화 적응대책 초안을 6월까지 마련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연말까지 계획 수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기후변화 안전사회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 취약 계층·지역 관리 강화, 기후복지 기반 마련, 기후변화 적응 주류화를 통한 사회시스템 회복력 향상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적응대책 수립에 참여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송영일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은 “기후변화 적응 대책의 효과는 먼 미래에 나타나지만 비용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목표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라며 “재난·재해는 물론 생물종 변화 등 다양한 계획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의 도심홍수를 막기 위해 하수관거와 우수로를 정비하는 데만 약 20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는데, 이는 서울시 한 해 예산과 맞먹는 돈이다. 그러나 이를 정비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을 쏟아 부어도 생색이 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표심에 민감한 지자체장 입장에서는 후순위로 돌리는 것이 보통이다.

불확실성에 대한 고려 필요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미래 재해를 미리 막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훨씬 이익이라는 지적도 있다. 영국의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소개한 데이비드 킹 기후변화특사(Sir. David King)는 “영국은 침수예상지역 정비에 5억 파운드(약 8750억원)을 투자했기 때문에 최악의 홍수 상황에서 도시와 원전 등 주요 시설물을 지켜냈다”라며 “미리 준비하지 않았으면 영국 전역이 물에 잠겼을 것이고, 이를 복구하는데 수백억 파운드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다음 세기로 넘어가면 거의 매년 홍수를 겪게 될 것이고 연안도시의 80%는 범람하게 될 것”이라며 “동남아를 비롯한 아태지역이 이러한 위험에 가장 취약하다”라고 지적했다.

국립재안안전연구원 정재학 안전정책연구팀장은 “국민들은 기후변화의 위험을 체감적으로 느껴지 못하고 일선 지자체에서도 중요한 업무로 다가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라며 “기존 대책 역시 상당수가 기후변화가 아니어도 분야별로 진행됐을 과제였기 때문에 또 하나의 업무라는 인식으로 기존 업무에 기후변화를 덧입혔다”라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쓴 소리도 나왔다. 환경운동연합 김춘이 활동국 차장은 “4대강 사업에 22조원의 돈을 쏟아 부은 것도 모자라 임진강 준설, 대규모 산지 개발, 가로림만 조력, 그린벨트 해제 등 갖가지 반대되는 정책이 줄을 잇고 있다”라며 “기후변화 취약성을 진단하고 평가함에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며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역주민이 연계하는 좋은 사례들을 더 발굴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기후변화 적응에 최소 수십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지만 매번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처별로 흩어진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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