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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후변화 ‘꼼수’로 대응 - 산업계 부담, 뜬구름 잡는 외부 감축으로 대체
  • 기사등록 2015-07-17 14: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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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2030년 BAU 대비 25.7 감축계획을 채택하되 국제시장을 활용해 11.3%를 추가로 감축할 것을 결정했다.2020년 감축목표 포기, 국제사회 신뢰 상실

신기후체제를 앞두고 정부가 결정한 POST-2020 온실가스 감축안(INDC)을 놓고 ‘사실상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게다가 앞서 국제사회에 공언했던 2020년 BAU 대비 30% 감축목표 역시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6월30일 국무회의를 열고 기존의 4가지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 가운데 3안인 2030년 BAU 대비 25.7% 감축계획을 채택하되 국제시장을 활용해 11.3%를 추가로 감축할 것을 결정했다.

감축부담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산업계와 보다 진전된 감축안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국제사회 양쪽을 배려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존 시나리오 3안에 더해 국제시장을 통해 11.3%를 감축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희망사항에 불과한 외부감축

30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외교부 최재철 기후변화대사는 “신기후체제에서는 기존의 중앙정부와 기업 외에 지방정부, 시민단체 등 국제시장에 참여하는 저변이 넓어져 (외부 감축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시민단체는 물론, 재정이 열악한 지방정부가 어떻게 국제온실가스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최 대사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북한 산림녹화라든가 철도 현대화사업, 전력화 사업 등이 감축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현재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직된 상태이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협력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은 현실성이 없는, 그야말로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현 가능성은 둘째 치더라도 국제사회가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받아들일 것인가가 더 큰 문제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저탄소사회로의 전환, 국제적 위상을 감안해 최종 선택했다”고 밝혔고 최재철 기후변화대사는 “국제사회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안이 될 것으로 평가할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지만 외부의 시선은 싸늘하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국제기후변화 씽크탱크들의 모임에서는 한국이 발표한 INDC 시나리오 4가지에 대해 극단적으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렸다”며 “정부의 수정안으로 평가가 바뀌기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계획의 근거로 제시한 BAU 방식 역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 배출전망치는 2030년 8억5060만톤으로, 여기에서 37%를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BAU 산정이 과다하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가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세는 점차 둔화하는 추세였고 심지어 지난해에는 오히려 줄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BAU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때의 배출량을 의미하는 것인데, 이미 감소세에 접어든 온실가스 배출량을 적절한 근거 없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여기에 맞춰 감축목표를 설정한 것을 국제사회가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에 대한 국제적인 검증작업이 진행되면 정부의 전망치 부풀리기가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라며 “허상에 지나지 않는 배출전망치만 높게 잡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허상에 불과한 배출전망치

여기에 국제사회에 천명한 기존 목표인 2020년 BAU 대비 30% 감축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020년 목표보다 이번에 발표한 POST-2020 목표가 한 단계 진전된 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5억4300만톤에서 5억3600만톤으로 10년 사이 불과 700만톤, 즉 1.3%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윤성규 장관은 “신기후체제가 확정되면 세부이행계획수립 과정에서 기존의 2020년 목표와 연계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기존 목표가 철회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공언한 약속이 그야말로 허언이 된 것이다.

김상협 전 청와대 녹색성장환경비서관은 “정부가 여러 가지 국내외 비판을 반영하려 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면서 “그외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평가를 유보했다.

반면 양수길 전 녹색성장위원장은 “2020년 목표보다 불과 1.3% 더 감축한다는 것은 사실상 기존 목표에서 후퇴하는 것”이라며 “정부안이 받아들여진다면 2030년에서 2050년까지 굉장히 충격적인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데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산업구조 개편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어려움을 뒤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목표에서 후퇴한 것”


시민단체는 정부가 사실상 기후변화 대응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기존의 2020년 감축목표를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전 대통령과 현 대통령 2명이 국제사회에 했던 약속이 허언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INDC를 5년마다 리뷰하고 재산정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전망한 BAU의 허구성이 드러나면 국제사회 압력에 떠밀려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대단히 안 좋은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국제사회에 공언한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뒤집는 사이 EU를 중심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제재를 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가 산업계 부담을 고려했다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한국 경제를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바꾸는 기본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꼼수가 아닌 미래 한국의 청사진을 그리고 국제사회 떳떳한 감축계획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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