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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관리 일원화, 국토부 물밑 반격 - 국토부 출신 국회의원들 중심 조직적 반대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내부 강한 반대 기류
  • 기사등록 2017-06-23 16: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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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4대강 보 개방을 국토부가 아닌 환경부 장관을 불러 지시했다. 이 때부터 국토부 내부에서는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사진제공=환경부>수량과 수질로 나뉜 물관리를 환경부 중심으로 통합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수량관리 권한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국토부가 물밑에서 반격에 나서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 환경부로 소속이 바뀔 수자원공사 직원들의 국회 출입도 잦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22일 물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지시했다. 물 공급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고 댐을 더 이상 짓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국토부(수량)와 환경부(수질)가 나눠 맡고 있는 물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하고 국토부 수자원국과 산하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를 환경부로 이관할 계획이다.

효율적인 물 관리를 위해 부처별로 여기저기 흩어진 정책수단을 하나로 모으고 수량과 수질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30년이 넘게 계속됐지만 부처 이기주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물관리 체계는 ▷하천관리, 치수, 이수 등 수량 관리는 국토부 ▷환경 및 수질관리는 환경부 ▷농업용수, 농어촌 저수지 등은 농림부 ▷수력발전은 산업자원부 ▷소하천 정비 및 재해 대응은 국민안전처가 담당하고 있다.

물 관리를 나눠 맡다보니 홍수나 가뭄 등 재해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부처별 중복투자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OECD 역시 우리나라의 물 정책에 대해 ‘정책소통과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수립한 물 관련 계획만 40개가 넘지만 연계성이 떨어지고 내용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똑같은 하천사업을 두고 부처마다 서로 다른 이름으로 추진하는 일이 반복됐다.

겉으론 ‘무덤덤’, 속으론 ‘패닉’

그러나 정권 교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통합 물관리를 지시하면서 사정이 180도 바뀌었다. 국토부로서는 꼼짝없이 1조8000억원의 예산을 가진 수자원정책국을 환경부에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여기에 자산 20조를 보유한 수자원공사까지 환경부로 소속이 바뀐다. 수자원공사의 올해 매출액은 3조5천억원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바뀌면서 해양수산부가 빠져나간데 이어 물관리 조직까지 이탈한다면 국토부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역으로 말하면 덩치 큰 조직이 2곳이나 빠져나가도 독립된 부처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국토교토부가 얼마나 큰 조직인지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정부 부처가 대통령 지시에 대놓고 반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새롭게 임명된 김현미 신임 국토부 장관은 물관리 일원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토부는 겉으로는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물관리 일원화를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특히 국토부 출신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OB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국토부 차관 출신의 바른정당 강길부 의원은 22일 국회 본회의 자유발언을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환경부 중심의 물관리 일원화는 물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고 국토 개발의 핵심인 수자원개발사업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본지와의 통화에서도 강 의원은 “국토개발과 수자원은 따로 떼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 대통령의 갑작스런 지시로 일방적인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은 “수질과 수량 관리를 통합하면 권한 남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원화해서 두 부처가 서로 견제하는 것이 아직은 더 낫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찬우 의원 역시 “환경부는 지금 심판이 선수까지 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외에도 국토교통부 국장 출신의 이우현, 송석준 의원 등이 물관리 일원화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모두 물관리 일원화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지는 않았지만 내부 논의에서 양당 모두 부정적인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환경부 권한을 축소시켜 규제 권한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른 부처로 흩어놓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당론까지는 아니지만 내부 논의 결과 부정적 의견이 다수”라며 “수질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홍수와 가뭄에 대비한 물관리가 더 중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녹조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정수 과정을 거치면 인체에 별 영향이 없고 농업용수 이용에도 문제가 없지 않은가? 지금은 수량 확보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바른정당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은 물관리 일원화를 4대강 사업과 연관짓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8일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재옥 안전행정위원회 간사는 “4대강 사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이렇게 환경부로 일원화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또 물산업 진흥이라든지 물로 인한 재해 예방이라든지 국토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야한”고 밝혔다.

1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정부조직법에 문제가 많다며 물관리 일원화를 거론했다.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물관리를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문제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국회, 언론 등 화력 총동원

2조원 가까운 예산을 가진 수자원국과 20조원 자산을 가진 수공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국토부는 현재 패닉 상태다.

자유한국당의 다른 관계자는 “국토부는 흔히 말하는 ‘맨붕’ 상태다. 정부 부처가 대놓고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지는 못하겠지만 OB들을 중심으로 물밑에서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들어 경제신문과 일간지 등에는 물관리 일원화에 반대하는 기사와 국토부 출신 인사들의 칼럼들이 속속 실리고 있다. 환경부 역시 내부적으로 비공식 T/F를 마련해 물관리 일원화 논리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국회와 언론을 등에 업은 국토부 공세에 밀리는 모양새다.

한국수자원공사 역시 겉으로는 ‘찬성’ 입장이지만 물밑에서는 일원화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들어 수공 직원들이 국회에 자주 드나들고 있다. 겉으로야 다른 핑계를 대지만 속셈이야 뻔하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인사청문회와 추경 논의 과정에서 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정부조직법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여·야 협상을 통한 ‘주고받는’ 과정에서 물관리 일원화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질 중심의 통합관리를 추진하는 여당이 힘을 보태고 있지만 여당 단독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서는 물관리 일원화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게 흐르고 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면밀한 검토 없이 문재인 대통령과 국정기획위원회가 밀어붙인다는 느낌이 강해서 국토부와 수공 모두 속으로 불만이 쌓인 상태”라며 “이대로라면 물관리 일원화가 된다는 보장은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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