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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 또 물폭탄 쏟아지면… 곳곳 '불안 - 불안'작년 수해 현장 점검… 아직 진행형, 일부 '눈 가리고 아웅'
  • 기사등록 2012-07-14 11: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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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경기북부지역엔 시간당 80mm를 웃도는 비 폭탄이 퍼부었다. 수마(水魔)는 산천을 할퀴고 생명을 앗아갔다.

1년이 지났다. 지난해 피해가 컸던 파주시 감악산 계곡 설마천, 포천시 산사태 지역, 동두천시 신천변을 둘러봤다.

장마전선이 형성된 7월의 첫 주, 수해 복구는 아직 '진행형'이다.

설마천에는 지난해 7월26~28일 3일간 무려 700mm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늘 그랬듯 인재(人災)였다.

하천변을 따라 영업하던 무허가 음식점들이 물길을 좁혔다. 떠내려온 나무들이 교량을 받치는 기둥에 걸려 물길을 막았다.

파주시는 86억을 들여 음식점 18곳을 철거했다. 교량도 아래에 기둥이 없는 것으로 교체했다. 예산의 3분의 2인 56억원이 음식점 철거 보상금으로 쓰였다.

강태규 파주시 건설과 하천관리팀장은 "설마천 복구는 지난달 30일 기준 공정률 95%다"라며 "물길이 넓어졌으니 올해는 설령 비가 많이 오더라도 작년만큼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수해 복구 현장을 점검하는 박종태 파주소방서 적성119안전센터장 생각은 달랐다.

매달 이곳에 나온다는 그는 "곧 장마가 시작된다는데 아직 정리 안 된 곳이 많다"며 토사와 나무 등이 그대로 쌓여 있는 곳을 가리켰다.

예산 부족으로 사실상 중단된 지방도 371호선 공사를 하면서 나온 토사와 나무는 지난해 수해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범람의 원인이었던 교량 교체 작업도 '눈가리고 아웅'에 가깝다. 설마천 4.67km 구간에서 교체 대상인 교량 6개 중 3개만 작업이 완료됐는데 어찌 된 일인지 공정률은 95%다.

파주시의 한 관계자는 "3개는 수해복구 사업이고, 3개는 재해예방 사업이라 준공 시기가 다르다"고 해명했다.

나머지 3개 교량은 10월에나 공사가 끝날 전망이다.

산사태가 빌라를 덮쳐 세 모자의 목숨을 빼앗아 간 포천시 일동면 사고 현장 복구도 '반쪽짜리'였다.

빌라 뒤로 3m 높이의 옹벽이 세워졌고, 산에 배수로를 내고 짚을 덮는 등 복구는 끝났다.

그러나 사고 난 주택에 한정됐다.

사고 빌라로부터 불과 4~5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빌라는 여전히 무방비 상태다. 뒷산의 나무들이 창문에 닿을 정도로 산과 빌라의 거리는 가까운데 옹벽은 사고 난 빌라 한 채만을 감싸고 뚝 끊겼다.

지난해 산사태로 한바탕 난리를 겪은 이웃 주민들은 "사고 현장 바로 뒤에만 공사해서 불안하기 짝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포천시청 재난관리과의 한 관계자는 "수해 복구 예산이 해당 면적에만 한정됐다"며 "옆 산은 안전조사를 다 마쳐 피해 위험이 없을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복구공사 과정에서도 문제는 있었다.

빌라 맞은 편 주택에 사는 이모(65)씨는 "도로 배수로 공사를 할 때 물이 안 빠지게 호스를 위로 꺾어서 묻어놨다"며 "한참을 따져서 다시 공사를 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시우량 81mm로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동두천시 신천변은 배수펌프장 증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펌프장 세 곳은 공사 마무리 단계였지만 한 곳은 아직 물을 모아주는 관로(管路) 연결을 못했다.

지난해 이곳은 배수펌프장 4곳의 용량이 68mm여서 폭우를 이기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배수용량을 5년이 아닌 30년 기준 최고 강수량으로 바꿔 100mm까지 늘리는 공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배수 용량만 늘린다고 피해를 100% 막을 수 없어 보였다. 토사물과 수압 등 배수펌프 작동에는 다른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동두천시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토사물이 하수관을 타고 쏟아져 내려오면서 실제 배수 용량이 더 작아졌을 것"이라며 "올해는 100mm로 배수 용량을 늘렸지만, 토사물이 많으면 배수 용량이 그대로 나온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신천 상류인 양주지역 택지개발로 신천 유입 물량이 늘어나 배수 펌프 압력이 신천 수압을 이기지 못할 가능성도 지적된다.

이에 대한 대비는 현재로선 없다.

한편 지난해 신천변 저지대는 하천물이 넘쳐 급류로 변해 시가지를 쓸면서 6명이 숨지고 주택ㆍ상가 2천693채가 물에 잠겼다. 이재민만 600여명이 발생하는 큰 피해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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