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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 - ‘주민’보다 ‘속도’가 중요한가 - 탄소중립 목표 달성 급급··· 업계‧주민 권익 보호 무시 - 정보 공유‧보상 등 제도적 기반 통한 절충안 마련해야
  • 기사등록 2021-12-09 22: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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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이, 양이원영 국회의의원, 에너지전환포럼 등이 공동 주최한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 공개토론회가 7일 개최됐다. /사진제공=에너지전환포럼 



현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과 관련해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내세운 ‘풍력발전 보급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지난 5월 국회에 발의됐다. 하지만 해당 법안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풍력발전 특별법인 일명 ‘원스톱숍(One-Stop Shop)법’은 정부 주도로 입지를 발굴하고 주민 수용성을 확보해 환경친화적인 발전지구를 지정할 뿐 아니라 인·허가 과정을 간소화해 효율적으로 육해상 풍력발전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실 아래 위원장을 총리·민간위원으로 하는 풍력발전위원회를 설치하는 사항도 법안에 담겨 있다.

또한 대상 법률안에는 정부가 직접 발전소 입지 정보망을 구축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풍력산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번 특별법은 발의 전인 2020년부터 지금까지 지역주민과 수산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어업인‧주민 수용성을 비롯해 정부 및 지자체의 전문성과 신뢰성, 그리고 환경 리스크와 기술적 검토 등 계획의 합리성에 대한 지적에 아직 충분한 해답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김원이·양이원영 국회의원, 에너지전환포럼 공동주최로 7일 ‘탄소중립을 위한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추진된 풍력발전 공급 활성화와 관련 사업의 성과와 미래 진단, 아울러 각계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원스톱숍법에 대한 이슈를 주제로 발표 및 논의가 이뤄졌다.

양이원영 의원은 토론회 축사를 통해 “특별법을 통해 풍력·태양력과 같은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를 저해하는 불필요한 형식과 절차들의 간결화가 반영됐다”며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을 해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려지구에서 발전지구로 전환 시 정부의 역할 수행 및 민간과의 소통이 원활해야 후대와 우리가 원하는 그린뉴딜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탄소중립 목표에만 집중한 나머지 법안의 내용으로 주민 수용성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민 수용성’ 쏙 빠진 풍력발전 특별법

원스톱숍 법안의 주요 지향점으로는 정부 주도의 입지를 발굴하고 그동안 재생에너지 발전에 취약점으로 꼽혔던 주민수용성 확보와 협의 및 인허가 간소화를 통한 풍력발전 보급 촉진이 핵심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수산업계와 시민들은 해당 특별법에서 민관협의회를 통해 수용성을 확보한다지만 가장 중요한 어업인 참여 방안과 민관협의회 구성 방법에 대한 언급과 설명이 부족하며, 이 모두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주민 수용성’을 위한 민관협의회는 풍력발전 사업을 찬성하는 정부·지자체·사업자·주민을 위한 형식적인 요식행위로 보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풍력발전 사업 추진 현황 및 과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팀장은 “현재 논의하고 있는 민관협의회는 각종 사익 추구로 목적이 변질될 여지가 크기에 사실상 주민 수용성과는 거리가 있다”며, “민관협의회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검토와 운영 자체의 어획 및 선박 이동 자료와 같은 공공 데이터에 기반한 ‘스크리닝(Screening)’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산업계 측에서는 재작년 정부와 업계, 지역민과 함께 마련한 수산업과 상생하는 해상풍력 발전 방안이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인허가 통합 및 면제 등 다소 일방적인 해상풍력발전 개발 법안이 등장한 점에 대해 “어민들에게 규제와 책임이 부과될뿐더러 생존권도 위협받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민주적이고 협력적인 정부 추진 방식의 경험·신뢰·역량이 부족해 일어난 사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사업 타당성에 대한 평가와 협의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그 후에 진행된 주민참여 설명회 및 공청회는 통보나 다름없다”는 점을 꼬집으며, “관련 법안에 대한 주민과 관계자들의 반발은 정보의 불균형 및 왜곡된 소통의 결과이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 나아가 그는 “현장의 목소리가 의사결정자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아 시민의 편익 범위와 피해 범위의 불일치를 좁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존 법안의 결함을 개선하지 않고 새로운 특별법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계획만 정부 주도‧‧‧ 나머지 수습은 민간이?

“국가주도, 공공주도 적극 협력하겠다. 그런데 바다는 하나다. 어민이 반대하는데 추진하는 민간사업에 대한 대책 마련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턱대고 민간사업으로 바다에 풍력기가 꽂혀버리면 국가주도고 공공주도고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지역 수협 조합장이 호소하면서 한 말이다. 기존 법령으로 인·허가 된 사업체들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이 완벽히 수립되지 않아 지역민·업계에서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현재 상태에서 특별법을 통해 새로운 민간사업이 추가로 들어온다면 혼란만 가중된다는 얘기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행 법령에 관한 결함과 관련해 해외 법제도 사례와 비교하며 제도의 개선이 풍력발전과 시민들의 안정적인 생계권을 위해 빠져선 안 되는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양이 의원은 “우리나라는 정부의 풍력발전 계획 이후에 점사용 및 발전사업 허가권이 기초지자체의 규정으로 지정돼 있어 사업체에 권한이 한 번 주어지면 2년이 지나도 그 권리가 자동으로 연장된다”며 “이러한 규정에 적절한 제재와 주민·업계 보호 체계가 없다면 특별법 제정 후에 이 권한이 재산권처럼 변해 악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덴마크의 경우에는 정부 측에서 풍력발전소 설계까지 맡아 추진하고 사업자에게는 공사를 진행하는 것만 전담시키며, 그 뒤 3년 이내에 민간사업자가 당해 발전소를 완비시키지 못하거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점사용 허가 혹은 발전사업 허가를 취소시키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덴마크는 탄소중립 지연에 대한 국가적 손실 규모를 최소화하고 가성 사업자를 퇴출시켜 어민과 사업 주체와의 갈등 요소와 피해를 줄여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구현해 냈다.

일각에서는 특별법을 본격적으로 제정하기에 앞서 이전 법령과 이미 허가된 사업체들을 비롯해 고려지구에 제외될 민간사업에 관한 방책 역시 중요하다고 봤다.

성진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정책위원은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기존의 사업자들을 특별법으로 끌어들여 적용시키고 그들이 진성인지 가성인지 구분해 업계‧시민에게 미칠 사업의 폐해를 예방하는 일”이라며 “민간사업들이 원스톱숍법으로 추후 고려지구로 지정이 됐을 시 환경성과 수용성에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축출해 사회적 리스크를 줄이고 지역주민과 공존하는 풍력발전 촉진에 힘써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해 발표하는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제공=에너지전환포럼)


정부와 주민의 연결고리, 더욱 중요해진 지자체 역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비중과 규모가 증가할수록 지역사회의 민‧관 참여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그러나 특별법에서의 지자체 역할은 민관협의회 운영과 주민 열람 및 공청회 운영으로 극히 제한돼 있는 실정이다.

조공장 선임연구위원은 “주민과 국가 간 갈등 관리의 실질적 주체는 지자체가 돼야 하지만 원스톱숍법에선 주민은 물론 그 접점인 지자체조차도 계획 조정 권한이 부여되지 않은 한계점은 분명 개선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시행령을 통해 지자체의 구체적인 임무와 책임, 그리고 역할을 구체화해야 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지역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해관계자 및 공무원 인식의 전환과 역량이 강화될 것이며 이를 통해 정부와 시민의 갈등 요소들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판 뉴딜은 지역 균형 뉴딜과 함께 진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 그렇기에 실질적 권한과 밀접성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어업인‧주민 참여형 이익공유제도 등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해관계자들은 지자체가 주체성을 가지고 입지 적정성, 어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정부와 함께 로드맵을 추진해야 하나 법률안에는 해당 건이 반영되지 못해 아쉽다는 입장이다.

이번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현권 탄소중립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자체가 주축이 돼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하다”며 “특히 탄소중립 실현이 시급한 이 시기에 지자체의 행정적인 지원과 적극적인 행동 촉구가 더욱 필수적이게 됐지만 정작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문형 한국환경영향평가협회 고문은 “정부의 육성 정책에만 의지하는 지자체·민간업자들의 해상풍력사업 추진은 한계가 많다”며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지자체가 선제적인 소통 기반 구축을 통해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수립한 판단을 업자들에게 신속히 공유해 혼선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자체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 밖에 해당 토론회에서는 ‘출력제안 문제’, ‘계통 부족 및 알박기 문제’, ‘이격거리 문제’, ‘육상과 해상이 분리된 세밀한 규제 방안’ 등 국내에서 풍력발전이 당면한 전반적인 이슈들에 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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