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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날 특별기고] 숨쉬기 좋은 환경 위해 ‘요리매연’ 해결책 필요 -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 기사등록 2023-06-07 01: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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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에코라이프로 살아간다는 것이 북극곰을 위한 일,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환경을 생각한다는 것은 ‘나를 위한 일’이다. 모든 환경 문제가 나와 내 가족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특히 미세먼지는 건강과 매우 밀접한 환경 문제이다. 오랜 시간 국민이 가장 바라는 환경 정책 1위도 미세먼지 해결이었다. 다른 것들은 인체에 해롭다고 하면 안 먹고 안 쓰면 그만인데, 숨은 안 쉬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석탄을 사용하기 시작한 산업혁명 이후 심각해진 대기오염 문제는 공장을 외곽으로 보내고, 자동차 매연저감장치를 발명해 냄으로써 해결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전 세계 암 사망률 1위는 폐암이며,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의 폐암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공기 문제에 가장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환경청에서는 도심의 초미세먼지 발생원 1위가 Cooking Emission(요리매연)이라고 말한다. 조리 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의 양이 대형 덤프트럭에서 나오는 양의 두 배가 넘는다. 삼겹살 1kg을 구울 때 담배 1000개비와 맞먹는 양의 초미세먼지가 나온다고 한다. WHO에서는 2010년 요리매연을 1군 발암물질로 등재했다.

PM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에 해당하는 작은 크기로 온 혈관을 돌아다니며 암 등의 질환을 유발한다. 그래서 의사들은 초미세먼지가 폐암은 물론이고 협심증이나 뇌졸중 등의 심혈 계관 질환에 더 무섭고, 치매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2003년부터 2015년까지 폐암으로 수술한 여성 환자 957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 환자 중 약 93%가 비흡연자였다고 한다. 국립암센터에서는 여성 폐암 원인의 90%가 주방 미세먼지, 즉 요리매연이라고 발표한 바도 있다. 그리고 2년 전에 폐암으로 사망한 학교 급식조리사가 최초로 산재 인정을 받았고, 최근 2년간 50명이 요리매연을 원인으로 산재 인정을 받았다.

요리매연이 최근에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식습관과 음식산업의 변화에 기인한다. 1980년대 넘어서면서 고기 소비량이 1인당 500% 이상 늘었고, 수육, 국 등으로 먹던 고기는 이제 대부분 구워 먹고, 튀겨 먹는다. 커피로스팅, 베이커리, 반조리식품 가공업체 등 음식 사업체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도 한몫한다.

요리매연은 실내와 실외에 모두 해당하는 대기오염물질이다. 요리매연을 단순히 환기만 해서 밖으로 내보내면 근처 동네 사람들이 다 마시게 된다. 학교에서는 다시 교실과 운동장으로 가서 아이들이 마신다. 단체급식을 하는 기업과 공장이 집중된 산업단지의 경우는 정도가 더 심할 것이다. 실내와 실외 모두에서 요리매연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이 맛있는 냄새와 연기로만 생각하는 요리매연이 위험하다는 것을 잘 모른다는 것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이다. 우선 가정에서는 조리 시, 조리 후 반드시 후드를 켜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해야 한다.

기업과 지자체, 정부에서는 민감취약계층 이용시설과 학교와 기업, 공장의 단체급식,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 등의 대형 식당에서 나오는 요리매연부터 해결해야 한다. 조리 시에는 다량의 기름과 수증기가 함께 배출되므로 기름 사용이 많은 단체급식은 일반적인 환기나 청소, 후드의 필터 교체만으로는 유지관리에 한계가 있다. 미국은 기준을 마련해 관련 기술을 인증하고 법을 도입하고 실행하는 등 대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량의 요리매연이 발생하는 공간에 대한 조사와 적절한 근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대기 중 초미세먼지 30% 이상을 줄이겠다”, 그리고 “실내공기질을 강화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올해부터 10년간 시행되는 제3차 대기환경종합계획에 처음으로 조리시설을 미세먼지 배출원에 포함했다. 그동안 오랜 연구와 투자로 자동차 매연 저감에 큰 성과를 거두었듯, 금연에 많은 예산과 정책을 쏟아부었듯 이젠 ‘초미세먼지 요리매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가 시행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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