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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과 ‘부실’… 가평 하수처리장 - 준공 이후 3년째 인수 거부, 브로커 개입 의혹도
  • 기사등록 2015-04-06 12: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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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리 하수처리장 전경.코오롱 TMS 조작 지시, 가평군청 은폐 정황
‘이상 없다’ 장담 불구 수질 악화로 과태료 처분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한 16개 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영양화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총인처리시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수질 TMS(원격감시체계)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는 4대강 사업 시작과 함께 전국의 하·폐수처리장에 총인처리시설 346곳을 짓고 하수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방류수 총인 농도 기준을 최대 20배까지 강화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가평군에도 45억4700만원을 투입해 6곳의 총인처리시설을 건설했다.

그러나 총인처리시설 사업은 시작부터 비리로 얼룩졌다. 코오롱워터앤에너지(이하 코오롱워터)와 한솔이엠이 두 업체가 가평·이천·파주 사업을 놓고 입찰담합을 벌여 사업을 따냈고 이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면서 수십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담합까지 불사하며 수주한 총인설비사업은 부실덩어리였다. 코오롱워터가 시설을 완공한 이후에도 3년간 수질기준을 수차례 초과해 과태료 처분을 받았으며 급기야는 총인설비 부실을 감추기 위해 TMS(수질모니터링시스템)까지 조작한 정황이 발견됐다.


그럼에도 총인처리시설이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자 코오롱워터는 하수처리공법 순서를 바꾸는 변칙운영을 일삼았다. 이에 대해 총인설비 발주처인 한국환경공단의 현장책임자는 “코오롱워터의 잘못이 아니라 운영업체인 H환경의 하수처리장 운영이 잘못됐다”며 코오롱워터를 두둔했다.


한편 가평군은 TMS 조작에 대한 보고를 받았음에도 조사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기존 하수처리장 운영업체와의 계약이 만료되자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대기업 TSK에 운영권을 몰아줬다. 이 과정에서 평소 가평군청, 코오롱워터 등과 친분관계를 과시했던 B씨가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번졌다.


운영업체 교체 이후 환경공단 현장책임자는 “TSK가 운영을 맡고 나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자신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지난 2월 COD 수질기준을 초과해 과태료를 납부한 것이다. 수십억원의 혈세를 들여 설치한 현리하수처리장 총인설비는 부실과 조작, 은폐가 한데 뒤섞인 막장드라마였다.

가평군청, 수의계약으로 운영권 몰아주기

본지가 단독으로 입수한 ‘TMS 조작 경위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4월26일, 현리사수처리장의 총인(TP) 수치가 상승하자 시공사인 코오롱워터앤에너지(이하 코오롱워터)의 K과장은 운영업체인 H환경에 TMS 수치를 조작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H환경의 항의에도 K과장은 “수질 기준을 초과하면 지자체와 시공사 모두에게 좋을 것이 없다”며 밀어붙였고 이틀에 걸쳐 총인 수치 조작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한 H환경이 가평군청 상하수도사업소에 TMS 조작 사실을 유선과 무선으로 보고했지만 유야무야 묻히고 말았다(사진 참조). 만약 경위서에 나오는 TMS 수치 조작이 거짓이라면 문제를 제기한 H환경을 처벌해야 하지만 아무런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코오롱워터 관계자는 “사실 여부를 파악해봐야 알겠지만 엄청난 페널티가 따르는 TMS 조작을 운영업체가 순순히 따랐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부인했다. 가평군청 담당자 역시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조작 경위서’에는 지시한 사람, 지시를 받고 조작한 사람, 일시와 장소, 조작 수치 등이 정확하게 나와 있다.

문제의 TMS 조작 경위서는 가평군청 공무원에게 유선과 무선으로 보고됐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설비 개선 아닌 편법 동원

이처럼 TMS 조작 의혹까지 불거지는 것은 총인설비가 당초 제시한 성능을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1년 8월 설비 준공 이후에도 수차례 수질기준을 초과해 과태료 처분을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시공사인 코오롱워터는 2012년 12월 총인설비의 성능개선이 아닌 하수처리장 공정 순서를 바꾸는 편법을 동원했다.

본래 모래여과작업 이후 총인설비를 거치도록 했으나 순서를 바꿔 총인처리 후 모래여과를 거치도록 한 것이다(그림 참조).
이러한 공정처리순서 변경에 대해 가평군청 담당자는 “우리는 환경공단의 지시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고 코오롱 관계자 역시 “환경공단의 현장점검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환경공단 현장책임자는 “환경부의 시설점검 결과 몇 가지 권고사항을 내놨고 그 가운데 하나인 공정처리순서 변경을 선택한 것”이라며 책임을 환경부에 돌렸다.

그러나 당시 운영업체였던 H환경 관계자는 “환경부 시설점검은 있지도 않았고, 총인시설이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자 시공사인 코오롱워터에서 공정순서를 바꿀 것을 먼저 제안했다”라고 증언했다.

대기업 편드는 환경공단과 가평군청

게다가 환경공단의 다른 관계자는 “총인시설에 문제가 있으면 해당 설비를 개선해야지 모래여과를 후처리로 돌리는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며 “하향류식 사여과지에 응집제를 혼합한 처리수가 유입되면 폐색이 빠르게 진행돼 조만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한강유역환경청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8년 동안 별 문제 없이 사용하다 총인처리시설 도입과 함께 교체된 모래여과설비는 공정처리순서를 바꾼 지 1년도 안 돼 폐색을 일으켰고 모래 유출로 가동이 중단됐다.

이에 운영사인 H환경은 “코오롱워터가 제작한 총인설비가 인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부실 설비이기 때문”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가평군은 이를 묵살했고 환경공단은 H환경에 책임을 돌렸다. 환경공단 담당자는 “예전부터 H환경이 가평군의 통제를 받지 않아 시공사인 코오롱워터와 H환경 사이에 협조가 안 된 부분이 많았다”라며 “총인처리시설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H환경이 맡고 있는 하수처리장의 전반적인 운영이 부실해서 문제가 난 것”이라며 시공사인 코오롱워터를 두둔했다.

이에 대해 하수처리업계 관계자는 “계약 만료를 앞둔 운영업체가 슈퍼 갑인 지자체의 지시를 거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일”이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환경공단 현장책임자의 주장과 달리 가평군은 2011년 공공하수처리장 운영관리평가 전국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된 곳이다. 평가를 진행한 곳은 다름 아닌 환경부 의뢰를 받은 환경공단이었다.

아울러 환경공단 현장책임자와 가평군청 담당자는 “운영업체 변경 후 하수처리장이 아무런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라고 주장했지만 현리하수처리장은 최근 COD 수질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돼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지역에선 공공연한 ‘브로커 개입설’

총인처리설비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H환경은 결국 하수처리장 운영에서 배제됐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경쟁입찰을 통해 운영업체를 선정해야 하지만 가평군은 연장계약에 관한 일언반구도 없이 H환경과의 계약이 끝나자마자 수의계약으로 TSK에 운영권을 넘겨줬다.

가평군청 관계자는 “관리대행업 면허가 없어 재계약을 제시하지 않았다”라고 변명했지만 H환경과 컨소시엄 계약을 맺고 함께 참여한 업체가 관리대행업 면허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가평군청 측의 변명은 설득력을 잃었다.

또한 가평군청은 운영업체 변경 이전에 충분히 협의할 시간이 있었지만 H환경에게 운영권 계약에 관한 어떠한 언질도 주지 않고 운영권을 빼앗았다.

이 같은 변칙적인 수의계약 이면에는 브로커 역할을 한 사람이 있다는 게 지역 업체들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환경업체 관계자는 “B씨는 평소에도 ‘관리업체가 바뀌어도 나만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인데, 수년간 그가 말한 것처럼 됐다”라고 말했다.

중소 환경업체에서 현장감독을 담당했던 B씨는 공교롭게도 TSK가 현리하수처리장을 제외한 가평군 하수처리를 독점하던 2011년에 맞춰 TSK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TSK의 운영계약 종료 후 거취가 불확실해진 B씨가 총인설비 문제로 골치를 앓던 코오롱워터와 가평군청 사이를 조율해 TSK가 현리하수처리장 운영권을 따내는데 나름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의혹을 뒷받침하듯 가평군청은 수의계약을 통해 TSK를 운영업체로 선정해 무수한 뒷말을 남겼다.

지역 환경업체 관계자들은 “B씨는 평소에도 대기업 현장 책임자, 가평군청 담당자와 술자리를 가졌다며 공공연하게 친분관계를 자랑하는 사람이다”라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가평군청 담당자는 “B씨와 개인적인 자리를 가진 적은 없고 다만 다 같이 모인 회식자리 등에 B씨가 법인카드로 계산하기도 했다”라며 오히려 의혹을 부채질했다.

파산으로 내몰린 운영업체

기부채납 형태의 10년 계약이 끝나자마자 가평군청에게 ‘팽’ 당한 H환경에 대해 모기업은 계열사 제외라는 최후의 처방을 내렸고 문을 닫은 H환경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고 뿔뿔이 흩어졌다.

반면 변칙적인 수의계약을 통해 TSK는 하수처리장 운영권을 얻었고 TMS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코오롱워터, 이를 묵인하고 수의계약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가평군청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총인처리설비 설치 이전 아무런 문제없이 가동되던 현리 하수처리장은 총인(TP), 부유성고형물(SS), COD 등 갖가지 수질기준을 초과해 과태료 처분까지 받았다. 4대강 사업 이후 총인을 잡겠다고 만든 설비가 총인처리는커녕 기존의 하수처리마저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이 모든 사항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이 있는 환경부는 “총인처리설비 설치 초창기에는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원활하게 처리하고 있다”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지역의 하수처리업계 관계자는 “가평군만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총인처리설비 대부분이 크고 작은 문제가 있다고 보면 된다”라며 “별다른 기술이나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4대강 사업 준공 시기에 맞추려 무리하게 서두른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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