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환경영향평가법 ‘개악’으로 난개발 조장 - 사업계획 바꿔도 재협의 없어, 지역환경 파괴 우려
  • 기사등록 2012-10-04 19:35:39
기사수정
▲전문 개발자들은 환경영향평가법 개정 이후 연접규정을 이용해 명의를 변경해 부지를연접개발 규정 이용한 꼼수 동원, 환경영향평가 면제

지난 7월부터 시행된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이 재협의와 변경협의 기준이 없고 연접개발 시 대상 기준을 완화해 국토의 난개발을 조장하는 ‘개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울러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자격을 요구해 사실상 ‘자격증 대여’를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년간의 협의와 진통 끝에 통과돼 지난 7월22일부터 시행된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은 ‘환경정책기본법’에 의한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법’에 의한 환경영향평가로 이원화됐었던 제도를 하나로 통합했다.

아울러 평가서의 부실작성과 거짓작성에 대한 대행자의 처벌규정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높이고자 환경영향평가사 제도를 도입했다.

명의만 바꾸면 평가 면제

그러나 환경영향평가법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인 ‘난개발 방지’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먼저 가장 큰 지적을 받는 부분이 바로 ‘연접개발’ 규정을 악용한 환경영향평가 면제다.

1만㎡ 이하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그래서 법 개정 전 소규모 개발자들은 1만㎡ 이하 면적만 개발하는 경향이 많았다. 문제는 이후 다른 개발자가 인접해서 개발할 경우, 이전 개발면적과 합해 1만㎡가 넘으면 전체 개발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의무를 나중에 들어온 사업자에게 한꺼번에 부과해 대표적인 규제개선 사항으로 꼽혔다.

환경부는 개정안을 통해 이러한 불합리함을 없애고자 인접해 있어도 사업자가 다르고 개발면적이 각각 1만㎡ 이하일 경우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도록 법을 바꿨다. 그러자 개발업자들은 이를 악용해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있다.

이는 개발자가 대규모 사업부지를 나눠 각각 소유자를 달리해 1만㎡로 쪼개면 평가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법의 맹점을 노린 것이다. 수만~수십만㎡의 부지라 할지라도 명의만 달리해서 1만㎡ 이하로 쪼개면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같은 사업자라고 할지라도 50m 이상 떨어져 있을 때는 각기 다른 개발부지로 인정하기 때문에 2~3명의 사업자 명의를 빌린다면 10만㎡든, 20만㎡든,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한 개발사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심각한 점은 법 개정과 동시에 이러한 꼼수를 활용한 사례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 지역의 한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는 벌써 5개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접수를 취소했다.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으로 접수됐던 사업을 취소하고 부지를 쪼개 명의를 바꾼 후 다시 접수해 환경영향평가를 피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개발은 전문 개발업자가 절차를 완료한 후 사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넘기는 식이기 때문에 이러한 꼼수가 대규모로 횡행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명의를 도용해 사업부지를 쪼개는 편법 동원 시에는 동일한 사업자로 보고 환경영향평가를 거치도록 지자체에 설명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부적절한 사례들을 모아 지자체에 지침을 내려보내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악용의 소지가 일부 있지만 앞으로 ‘환경영향평가법 일부 개정안’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이나 시행령도 아닌 어겨도 별 상관없는 지침이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골프장도 협의 없이 가능”

여기에 난개발을 부추기는 또 한가지 요소는 이전과 달리 사업계획을 변경해도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다시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과거 사전환경성검토에서는 협의가 끝난 이후라 할지라도 토지이용계획의 변경이나 대기·폐수·소음 등의 배출시설 추가 등 사업계획이 변경되면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라 지역·유역 환경청과 다시 협의해야 했다.

이는 사업계획 변경으로 주변 지역에 미치는 환경영향이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협의 역시 다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협의가 끝난 후 사업계획이 변경되면 추가적인 환경영향 예측·저감계획을 수립하지 않아도 승인기관(지자체)의 허가만 얻으면 변경승인이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예를 들어 공장을 설치하려는 개발자가 오염물질 배출시설이 없는 것으로 사업계획을 만들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후 각종 오염물질 배출시설을 추가해 사업계획을 변경해도 추가적인 환경영향평가 없이 승인기관의 허가를 받으면 공장 가동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지역의 특수성이 무시돼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환경이 파괴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호가 필요한 경기도 A 하천 주변에서 사업허가를 받으려면 BOD 배출기준 3ppm에 맞춰야 하지만, 오염물질 배출시설이 없다고 신고했던 사업계획으로 일단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후 사업계획을 변경해 배출시설을 지자체에 신고하면 일반적 배출기준인 20ppm에 맞추면 된다.

환경영향평가 전문가는 “지자체만 눈감아 준다면 배출시설이 없는 일반 공장에서 용도를 변경하고 부지 소유를 각각 달리해 환경영향평가 없이 골프장도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비꼬았다.

4대강 주변 난개발 우려

이러한 상황임에도 지자체들은 개발자가 사업계획을 변경하면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는 상태다. 지방의 한 기초지자체 담당자는 “우리도 잘 몰라서 지역 환경청에 문의하고 있지만 환경청 역시 관계 법령이 없다는 이유로 나 몰라라 하는 상태”라며 “지자체에 환경 전문가라고 할만한 사람이 없어서 사업계획 변경이 쉽게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지자체가 세수 확보와 지역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개발사업을 환영하기 때문에 지자체에 지역환경을 맡겨놓았을 때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환경부가 직접 오염물질 배출시설 점검에 나서면 환경규제 위반율이 50%에 달하지만 지자체 점검 실적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연접규정은 환경부가 법제처에 심사의뢰 할 때는 없다가 시행령 공표와 함께 급작스레 추가된 점에서 업계 로비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마저 자아내는 상태다. 실제로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고객과의 대화’라는 명목으로 개발업계와 간담회 등을 진행하며 환경의 최종 수혜자인 국민이 아닌 개발업자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수변공간 개발을 앞두고 소규모환경영향평가의 무력화로 수십조원을 투입한 4대강 주변이 난개발로 몸살을 앓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자격증 대여 조장하는 개정안

한편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들은 개정과 동시에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요구해 대형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업체는 문을 닫거나 자격증 대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은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 자격을 기술사 3명, 기사 7명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 토목업체의 기사 1명과 기능사 1명에 비교하면 턱없이 높은 수준”이라며 “전문인력 인건비만 한 달에 최소 3~4천만원인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업체는 대형 업체 10여 곳에 불과하다”라고 하소연했다.

이만한 인력을 갖추고도 적자가 나지 않으려면 충분한 일감이 필요하지만 건설경기 침체와 함께 환경영향평가 대행업무 자체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건비를 감당하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 중소업체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자격증을 대여하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아울러 부실·거짓 평가에 대한 처벌도 평가대행업체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돈을 주는 개발업체의 입맛에 맞는 평가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는 평가대행업체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처벌이 실제 효과를 얻으려면 개발자와 대행업체를 함께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12-10-04 19:35:39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