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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세포치료 전기" "생명윤리 논란 못벗어나"
사람 피부세포를 복제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실험이 성공했다. 인공수정 후 남은 수정란이 아닌 다 자란 체세포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든 건 이번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미국 오리건건강과학대 연구팀은 "20~30대 여성들에게 기증 받은 126개 난자 중 8개에서 4개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16일 밝혔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팀이 2004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가 데이터 조작이 드러난 바로 그 방식이다.

연구팀은 핵을 제거한 난자와 피부세포를 전기충격으로 융합시켜(복제) 배아(수정란)를 만들었다. 하나였던 세포가 150개 정도로 자랐을 때 연구팀은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했고, 이 세포와 복제 전 피부세포의 유전자를 비교해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결과는 세포생물학 국제학술지 '셀' 인터넷판에 실렸다.

이 같은 시도는 쥐와 원숭이 같은 실험동물뿐 아니라 사람에서도 여러 차례 있었다. 동물로는 대부분 성공했지만, 사람에선 쉽지 않았다. 미국 뉴욕줄기세포재단 연구팀은 2011년 9월에 같은 방식으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으나 유전자 검사 결과 복제 전 체세포와 일치하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복제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번 복제 성공은 아주 건강한 난자를 사용했고, 유전자 이상을 막는 화학물질을 처리한 덕분인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하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이번 연구에 대해 사용 난자 수를 크게 줄여 효율을 높였고,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해 면역거부반응 없는 맞춤형 세포치료에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미 임상에 쓰는 성체줄기세포나 상용화 가능성이 더 높은 대체기술(유도만능줄기세포) 개발이 활발한데 굳이 난자를 파괴하면서까지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야 하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배아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장기로 분화할 수 있는 특성 덕분에 한때 난치병 치료의 희망으로 크게 주목 받았다. 그러나 만드는 과정에서 여성의 난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생명윤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난자 없이도 체세포를 발생 초기 단계로 되돌리는 방법으로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분화능력을 갖게 한 유도만능줄기세포가 나오면서 배아줄기세포의 상용화 가능성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몇몇 연구팀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합법적으로 난자를 제공받을 기회가 적어 아직 실험에 성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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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5-17 15: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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