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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총3지구' 보완조사에서 '사업지구 외'로 둔갑
조사자 개인 의견만 유리하게 해석해 공사 강행

㈜보광제주가 서귀포시 성산읍 속칭 '섭지코지'를 관광지로 개발하며 신석기 패총유적을 훼손한 고발사건에 대한 서귀포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당시 문화재 조사용역을 둘러싸고 '맞춤형'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문화재 지표조사 용역과정

보광제주는 성산포(섭지지구) 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하려고 지난 2004년 4∼8월 사단법인 제주도동굴연구소에 의뢰해 문화재지표조사를 시행했다.

문화재청은 이 조사 보고서를 받아 보고 사업예정부지 내에 협자연대, 포제단, 선돌전설지, 천연동굴 등 현상보존이 필요한 유적에 대한 보존 범위 등을 상세도면에 표시하고 사업을 시행할 때 천연동굴에 미치는 영향 여부에 대한 전문가의 검토 의견을 제출하도록 했다.

패총유적 이외에 해안사구 지역 등에 대해서도 매장문화재 분포 가능성을 정밀 재조사하고 보완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제주도동굴연구소는 이듬해 9월 보완조사 보고서를 냈다. 연구소는 이 보고서에서 신양리패총3지구와 관련해 "이번 조사가 지표면에 대한 정밀조사이므로 차후 사업과 관련하여 패총3지구의 현상변경이 이루어질 때에만 전문가 입회하에 진행해야 한다"는 '종합의견'을 제시했다.

문화재청은 같은 해 10월 "사업지구 및 주변 지역에 분포하는 중요유적들은 지표조사 보완자료에 첨부된 계획대로 보존조치하도록 하라"고 통보했다.

◇ '패총 훼손' 사업자 주장과 의혹

보광제주는 그러나 보완조사 보고서의 의견과 문화재청의 지시를 무시하고 패총3지구 3만500㎡ 중 5분의 1 정도를 무단 훼손해 콘도를 지은 것으로 서귀포시는 결론을 내렸다. 섭지지구 해양관광단지 조성계획상 콘도1-1 일부와 콘도2 일부가 패총3지구인 성산읍 고성리 127의2 대지 일부, 127의18 임야 일부, 129 임야 일부 지역을 침범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광제주는 "패총3지구는 사업지구 밖에 있다"며 "패총3지구의 현상변경을 요하는 공사를 하지 않았으므로 관련 전문가의 입회하에 공사를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보완조사 보고서에 수록된 '문화재 보존구역도(경계)' 그림과, '조사자 의견'에 기재된 '패총3지구는 사업부지 외의 절대보존지역'이라는 표현을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 문화재 보존구역도는 반드시 보존해야 할 등의 유적 경계를 자세히 표시했지만 패총3지구는 사업구역 밖에 하나의 점을 찍고 단순히 '패총3'으로만 표시했다. 때문에 보완조사 보고서가 사업자의 입맛에 맞춘 '맞춤형 용역이 아니냐'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 2003년 당시 관리 관청인 남제주군이 제작한 '문화유적분포지도'는 '패총3지구'의 규모를 3만500㎡로 적고 그 영역을 선으로 그려 표시했다. 2004년 시행한 제주도동굴연구소의 문화재 지표조사 보고서도 이를 따르고 있다.

그런데 2005년 보완조사 보고서는 패총3지구를 원래 위치와 동떨어진 엉뚱한 곳에 표시한 것이다.

또 애초 지표조사 보고서의 조사자 의견은 '패총3지구에 대한 시굴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보완조사 보고서의 조사자 의견은 '더 이상의 유물이나 유적의 흔적을 확인할 수 없고 대부분 도로공사 때문에 파손됐으므로 공사를 시행해도 별 무리가 없다'로 바뀌었다. 게다가 '패총3지구는 사업부지 외의 절대보존지역'이라고 기재했다.

◇ 보완조사 보고서 누가 작성했나

섭지지구 문화재 관련 조사는 모두 제주도동굴연구소가 맡았다.

보완조사의 고고유적 및 유물·역사 분야에는 당시 제주도동굴연구소 연구원 K씨와 G씨, 국립제주박물관 연구원 J씨, 제주대박물관 연구원 B씨 등 4명이 참가했다.

국립제주박물관의 J씨와 현재 제주고고학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B씨는 "패총3지구가 사업부지 밖에 있다는 의견을 쓰지 않았고 문화재 보존구역도에 표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전 제주도문화재 감정관인 K씨는 고인이 됐고, 패총 조사와 관계가 없는 G씨는 그만뒀다.

조사단장인 당시 제주도동굴연구소 소장 S씨는 골프장 등의 개발사업과 관련, 환경영향평가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주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2010년 2월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750만원을 선고받았다.

누가 무슨 의도로 패총3지구의 위치와 규모 등을 왜곡했는지는 앞으로 경찰 조사의 핵심 사안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 서귀포시 왜 고발했나

대부분 조사 보고서에는 '조사자 의견'과 '종합의견'이 있지만 통상적으로 '종합의견'을 최종 의견으로 간주한다.

문화재청 역시 보완조사 보고서의 '종합의견'에 첨부된 계획대로 중요 유적을 보존하도록 통보했다.

따라서 보광제주는 '종합의견'에 나온 대로 전문가를 입회시켜 패총3지구에 대한 공사를 진행해야 했다.

서귀포시는 보광제주가 법을 어기고도 터무니없는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윤봉택 문화재담당은 "보광제주가 보완조사 보고서를 근거로 주장하는 패총3지구의 규모는 발견 당시 눈으로 직접 확인 가능했던 부분에 대해 서술한 내용이 계속 전해지는 것"이라며 "문화유적분포지도가 만들어질 때 지정된 패총3지구의 면적은 지금까지 한번도 변함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문화유적분포지도에 나와 있는 유물산포지 등의 면적을 조사자들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며 "자신들에게 유리만 조사자 의견만을 기준으로 법적 절차를 다 지켰다고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식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 신양리패총3지구 유적은

신양리패총3지구는 1996년 발견돼 같은 해 남제주군과 제주대학교박물관이 발간한 '남제주군의 문화유적'에 처음 언급된다.

조사팀은 패총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제주도의 상황을 고려할 때 학술적인 중요성이 있으므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7년 뒤인 2003년 남제주군은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화재연구소에 의뢰해 '남제주군 문화유적분포지도'를 만들었고, 그 지도의 패총3지구 면적은 3만500㎡로 표기됐다.

조사를 담당했던 재단법인 제주고고학연구소 강창화 소장은 "당시 도로 개설 등으로 드러난 패총의 규모는 1천여㎡쯤이고 많이 훼손됐지만 그 주변에서 토기편이 발견되는 등 유물이 나왔기 때문에 패총3지구의 면적은 훨씬 넓게 지정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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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6-18 15: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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