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폐냉매에서 온실가스 약 922만톤CO₂eq의 탄소발자국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프레온가스로 알고 있는 냉매는 오존층 파괴의 위험성으로 사용이 중지됐다. 대체재로 2세대 냉매(수소화염화불화탄소, HCFCs)와 3세대 냉매(수소불화탄소, HFCs)를 사용 중이다.

그러나 수소불화탄소(HFC)는 6대 온실가스로 규정된 지구온난화 유발물질이다. 대기 중에 누출되면 공기 중 산소와 결합 해 ㎏당 1000배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장기간에 걸쳐 발생시킨다.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140~1만1700배 높다.

(재)기후변화센터(이사장 유영숙, 前 환경부장관)가 18일 배포한 ‘환경데이터 플랫폼 활용 보고서-시장조사 특별보고서: 폐냉매 재활용 현황조사’편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에 잔존해 있는 2세대 냉매(HCFCs)와 3세대 냉매(HFCs)의 양은 대략 3만5천톤이며 이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약 6300만톤CO₂eq에 달한다.

우리나라 2018년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7억2760만톤CO₂eq이므로 냉매가 차지하는 온실가스 인벤토리는 연 배출량의 약 9%에 해당한다.

현대차, 922만톤 추가로 책임져야

냉매는 크게 가전제품, 자동차, 공조기에 사용된다. 제품에 충전된 냉매는 시간 간격을 두고 제품의 생애주기(life cycle) 내에서 천천히 배출된다.

IPCC에서는 냉동 및 냉방시스템에 충전된 냉매는 생애주기 내 매년 일정량 배출되고 폐기 단계(end of life)에서 초기 충전량의 평균 80%가 배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7년 하반기 출고 차량부터 친환경 에어컨 냉매(R1234yf)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수출용 차량에만 사용했고 내수용 차량에는 HFC 계열의 R134a를 사용했다. R134a는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1300배 높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말 기준 2253만대이다. 그리고 이들 자동차에 충전된 냉매량은 1만138톤으로 추정된다. 이산화탄소로 환산 시 1317만톤CO₂eq이다. 당시 차량들은 현재 신차로 교체되며 폐차 혹은 수출 처리되고 있다.

환경부와 현대·기아차는 2013년 초 폐자동차 자원순환체계 선진화 시범사업 협약을 체결하며 폐자동차에서 회수된 폐냉매를 소각업체를 통해 파괴처리하거나 정제 등을 통해 재생냉매로 재활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폐자동차에서 회수 처리된 폐냉매는 77톤에 불과했다.

같은 해 폐차된 차량 중 법적 회수처리가 돼야 하는 약 69만대의 216톤의 냉매 중 불과 35.9%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139톤의 냉매는 대기로 유출됐다고 계산할 수 있다. 이는 이산화탄소 21.5만톤CO₂eq에 해당한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업체별 내수판매 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연간 내수 점유율이 줄곧 70% 이상을 차지해왔다. 차량용 폐냉매에서 온실가스 약 922만톤CO₂eq의 탄소발자국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외에 냉매를 사용하는 전기전자제품인 냉장고, 김치냉장고, 정수기, 

           에어컨 등의 가정용 온도교환기기의 문제도 심각하다.

냉장고‧에어컨에서 3136만톤 누출

자동차 외에 냉매를 사용하는 전기전자제품인 냉장고, 김치냉장고, 정수기, 에어컨 등의 가정용 온도교환기기의 문제도 심각하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의 관리대상 냉매사용기기의 범위가 1일 냉동능력 20톤 이상 고압냉매 사용시설로 한정돼 가정에서 사용 중인 가전제품의 온실가스 냉매보유 총량 및 통계가 없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2020년 기준 보충용으로 사용하는 일회용 냉매용기가 110만개에 달한다며 해당 보충량이 냉매 누출로 인한 온실가스 대기 배출량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산화탄소 환산톤으로 3136만톤CO₂eq이라고 한다.

가정용 냉장고에는 약 176g의 냉매가, 정수기에는 40g의 냉매가, 에어컨에는 1.5㎏의 냉매가 충전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삼성전자는 일회용 냉매용기를 연간 7.8만개 사용하며 LG전자는 6만개, 오텍캐리어는 1만개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냉매는 대기 누출 시 바로 지구온난화를 유발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캐리어에서 연간 1480톤의 냉매를 충전한다. 이산화탄소 229만톤CO₂eq에 해당한다.

추가로, 일회용 냉매용기는 충전 후에도 용기 속에 잔여냉매 0.7㎏이 남아있다고 한다. 연 사용량 110만개로 계산할 경우, 재생해 사용할 수 있는 냉매 773톤이 회수처리 되지 않고 대기로 버려지고 있다.

폐냉매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별표4에서 ‘사업장일반폐기물’로 분류하고 있어 배출자는 폐기물관리법 제17조(사업장폐기물배출자의 의무 등)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배출자 신고 후 적정처리하는 업체는 LG전자가 유일했다. LG전자는 서비스와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자회사 하이엠솔루텍을 통해 폐냉매 처리업체에 위탁해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로지텍을 통해 냉장고와 에어컨 등 제품을 설치하고, 삼성전자서비스를 통해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다.

기후변화센터의 확인 결과 판매하거나 사용한 폐냉매의 회수 프로세스는 갖추고 있지 않았으며, 가정용 에어컨의 경우 삼성전자와 계약관계가 없는 개별 설치 기사들이 직접 시장에서 구입 후 사용하여 실태 파악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로지텍의 경우 11월부터 냉매처리 프로세스를 실시할 예정이고, 삼성전자서비스의 경우 11월 말 위탁업체 선정을 목표로 연 내 신규 프로세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냉매 종류 및 관리기반 /자료출처=한국환경공단

ESG경영의 본질 생각해야

일본 및 유럽에서는 냉매관련 통합법 제정 및 시행으로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관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폐자동차에서 냉매회수 후 자동차 제조업자에게 인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냉매관련 제도가 제품별, 물질별로 분산돼 적용되고 있어 실제 현업에서는 사용자 및 관리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폐자동차의 경우 2019년 폐냉매 등을 포함한 기후·생태계변화 유발물질을 폐가스류 처리업자에게 인계토록 하는 규정을 포함해 자원순환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폐차업체에서는 처리비용 부담으로 인해 대부분의 폐냉매를 폐가스류 처리업체로 인계하지 않고, 대기 중으로 방출하고 있다.

폐가전제품의 경우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을 통해 재활용을 진행한다. 그러나 고철과는 다른, ‘고압가스’라는 폐냉매 물질의 특성상 처리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일본 및 유럽의 선진국보다 냉매관련 생산 및 소비 규제 일정이 늦다. 그러나 자국 내 미흡한 규제기준에 맞추는 것은 글로벌 냉매규제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기업의 ESG경영의 관점에서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생존의 관점에서도 필요하다. 따라서 기업 스스로의 선제적인 대응과 자발적인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