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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습기살균제 피해 지원은 물타기”사건 발생 - 2년·100명 넘게 사망, 이제야 병원비 지원
  • 기사등록 2013-08-15 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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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고로 100명이 넘게 사망해도, 피해자가 산소호흡기를 달고 나와 호소해도 예산 이유로 미루다 국회 피해구제법 추진에 ‘화들짝’


지난 2년간 정부는 제조업체에 책임을 미뤘다. <사진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정부가 현오석 부총리 주재로 14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소송 장기화 등으로 치료비 부담을 겪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국회가 여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법’ 제정에 합의하고 공청회까지 마친 마당에 이를 막기 위한 일종의 ‘물타기’라며 비판하고 있다.

병원비 지원 후 구상권 청구

정부는 피해자에게 가장 부담이 큰 의료비를 공적부조 차원에서 우선 지원하고 추후 가습기살균제 피해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지원한 범위 내에서 구상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그동안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법적 구제가 늦어져 정신적·경제적으로 많은 고통을 겪고 있어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결의안’을 지난 4월 채택해 정부에 피해자 구제방안을 마련하도록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산업자원부와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바람에 지원 논의가 늦어졌고 급기야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이유로 ‘원인제공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를 펴면서 피해자들과 제조업체간의 소송결과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로 돌변했다.

결국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지원대책을 논의하면서 지난 8월5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고 정부 부처에서 이를 수용하면서 의료비 지원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습기살균제 피해 지원 대상자는 보건복지부 소속 질병관리본부의 폐손상조사위원회의 피해조사와 ‘환경보건법’에 의해 환경부에 설치된 환경보건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지원내용 및 방법 등 세부 사항은 관계부처 협의와 국회 심의를 거쳐 정해질 예정이며 피해자 지원예산은 2014년 예산안에 반영해 국회심의를 받아 결정된다.

부담 큰 의료비 우선 지원

그러나 3년이 넘게 가습기살균제 피해 문제를 제기해 온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국회가 이미 구제법 제정에 합의한 마당에 일종의 ‘물타기’를 통해 정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있어 1차적인 책임은 제조업체에 있지만 2차 책임은 이를 허가한 정부에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럼에도 지난 정부에서는 피해 구제 논의를 시작조차 못했고 결국 국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 결국 피해 구제법 제정에 합의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법이 마련되면 당장 의료비 지원은 물론 사망자나 ‘폐이식 수술’을 받은 피해자에게도 구제 혜택이 돌아가지만 정부 안에서는 이 부분이 빠졌고 대신 이후 논의가 필요하다는 정도로 마무리됐다.

아울러 지원 시기도 문제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한지 벌써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병원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생색내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구미 불산 사고 때는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고를 일으킨 업체에 앞서 먼저 피해를 구제했다. 그러나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해서는 사건 발생 2년이 지나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지금에 이르러서야 병원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서 대조를 이룬다.

2년간 침묵, 생색용 지원?

정부 차원의 피해자 구제가 지지부진하자 결국 국회가 나서 결의안을 통해 압박에 나섰지만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자 국회는 직접 피해자 구제 법안 마련에 나섰고 공청회를 거친 끝에 여야 합의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러한 시점에서 정부가 피해자 구제가 아닌 ‘의료비 우선 지원’을 내건 것은 국회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법’에 대한 일종의 ‘물타기’라는 시각이 강하다.

이와 관련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사건 초기였다면 당연히 환영했을 만한 일이지만 이미 국회에 관련 법안이 4개나 올라와 이를 토대로 공청회까지 끝난 마당에 사망자와 폐이식 환자에 대한 내용은 빠뜨린 채 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물타기’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최 소장은 “구제법 제정을 앞두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책임이 있는 정부가 마치 시혜를 베풀 듯이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아, 정부가 피해자들을 지원해주는구나’라고 생각하게끔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국회가 다른 정치적 사건에 묻혀 구제법 제정 시기를 놓치면 결국 정부는 예산을 이유로 딴소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한 민사소송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공판이 열린 가운데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가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인정했지만 제조업체들은 대형 법무법인을 앞세워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폐렴균이 가습기를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래저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가슴만 멍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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