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일제가 묻어버린 한양도성, 100년 만에 햇빛남산 회현자락 성곽 발 - 발견3~4m 깊이 3곳서 옛 토목구조물 '유구'
  • 기사등록 2013-08-15 17:26:36
기사수정
14일 서울 남산 중앙광장 분수대 근처에서 발굴된 한양도성의 회현자락 구간 터에서 조치욱(위)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가 당시 토목건축 구조를 알 수 있는 자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 청신호
토층 곳곳서 훼손 흔적… 신궁 잔해 추정물도 나와
일제강점기 한국인에게 참배를 강요했던 대표적 신사인 남산 '조선신궁' 터에서 한양도성 흔적이 발굴됐다. 해방 이후 사람들의 무관심과 경제 개발 바람 속에 건물이 지어졌다 헐리기를 반복, 영원히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한양도성의 남산 회현자락 구간이 100년 만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번 발굴로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도 높아졌다.

서울시는 서울 남산 중앙광장 분수대 근처 3곳에서 한양도성의 유구(遺構)를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유구는 옛 토목건축 구조를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로, 이번에 발견된 유구는 성곽의 기초인 기단부와 그 위로 쌓아 올린 체성부를 포함해 최대 7단 높이에 이른다.


발굴조사가 이뤄진 남산 중앙광장 일대는 일제에 의한 수난이 끊이지 않았던 곳. 일제는 1910년 이곳에 한양공원을 만들면서 성곽을 무너뜨리고 땅을 깎거나 메우고 높여 지형을 크게 변형시켰다. 이번에 발굴된 회현자락 구간의 길이는 777m로, 일제에 의해 훼손된 한양도성 가운데 단일 규모로는 가장 길다.

일제는 특히 1918년 성곽을 없앤 자리에 황국 신민화 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조선신궁을 세운 뒤 한국인에게 참배를 강요하는 등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짓밟는 데 이용했다. 조선신궁은 일제시대 전국에 세워진 신사 1,062개 중 지위가 가장 높은 신사로, 일본 건국 신화의 주역인 아마테라스 오미가미와 1912년에 숨진 메이지 일왕의 신위를 안치한 곳이다.

이날 처음으로 공개된 발굴 현장의 아랫부분 토층에서는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돌무더기가 발견됐다. 일제가 성곽을 안에서 밖으로 무너뜨려 훼손한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조선신궁 잔해로 보이는 콘크리트 구조물도 확인됐다.

윗부분 토층에서는 켜켜이 쌓여 있는 콘크리트 더미도 발견됐다. 조선신궁 철거 이후에도 한양도성의 수난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흔적들이다. 1958년에는 국회의사당 건설 계획이 수립돼 회현자락 한양도성이 흔적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25m 높이의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이 세워졌다 철거되기도 했다. 발굴조사에 참여한 조치욱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많은 건축행위가 이어져 한양도성의 흔적이 남아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 보존 상태가 양호한 유구가 발견돼 놀랍다"고 말했다.

발굴된 유구는 지표면으로부터 3~4m 깊이에 묻혀 있었다. 성곽을 쌓을 때 인부들이 높은 곳을 오갈 수 있도록 비계를 세우기 위해 파낸 구덩이인 '영정주공' 등도 함께 발견됐다.

오해영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2009년 1단계로 정비한 힐튼호텔 앞 아동광장과 2012년 2단계로 정비한 백범광장 일대 성곽이 복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3단계는 유구의 보존과 정비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13-08-15 17:26:36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