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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산업계 요구를 수용해 배출량 할당을 늘리자 시민단체들은 감축목표 달성이 불가능해반발하고 나섰지만 산업계는 더 달라고 아우성이다. <자료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졌다며전가의 보도 ‘산업경쟁력’ 이유로 본질 퇴색
BAU 대비 30% 감축목표 달성 불투명해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내년 시행을 앞두고 공청회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그간 계속해서 제도 시행에 반대해 온 산업계가 이번에는 배출권 추가 할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지나친 배출권 할당으로 2020년 BAU 대비 30% 감축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24개 경제단체들, 재검토 요구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24개 경제단체들은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산업성장이 고려되지 않은 과도한 감축부담이 산업경쟁력에 저해되기 때문에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 경제단체 주장의 핵심은 크게 3가지로 ▷배출전망치의 과소추정 ▷전력 등 간접배출로 인한 이중규제 ▷산업계를 배제한 할당량 결정 등이다.

먼저 환경부가 2009년을 기준으로 배출전망치(BAU)를 산정했지만 이후 경제상황이 나아지면서 설비 신·증설 등으로 배출전망치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됐으므로 이를 반영해 배출전망치를 늘려달라는 것이다.

다른 여건을 제외하고 단순하게 예를 들면 현재 100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기업이 2020년에는 경제성장과 여건 변화에 따라 200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가정한다면(배출전망치), BAU 대비 30%를 감축해야 하므로 실제로는 2020년에 총 140톤의 온실가스 배출이 가능하며 140톤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할당받게 된다. 만약 기업이 이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양의 배출권을 구입하거나 벌금을 내야 한다.

배출전망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때를 기준으로 얼마나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지를 예측하는 수치다. 따라서 배출전망치를 높게 잡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양의 온실가스 배출이 가능하지만 적게 잡으면 반대가 된다. 따라서 산업계 입장에서는 최대한 배출전망치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산업계가 재검토를 요구하는 두 번째 이유는 간접배출에 대한 할당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전력 생산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은 발전사 책임인데 전기를 사용하는 산업계에 또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이중규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EU에서는 간접배출은 할당대상에 포함하고 있지 않고 있어 경제단체들은 이를 근거로 “발전부분 부담비용이 전기요금으로 전가될 경우 전기요금 인상부담까지 이중삼중의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산업계는 “정부가 산업계를 배제한 상태에서 할당량을 결정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환경부가 15차례나 의견수렴을 거쳤다는 상설협의체에서 업종별 할당량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는 것이 산업계의 주장이다.

산업계 배려, 배려…또 배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설비 신·증설 배출전망을 이미 충분히 반영해 완화된 감축률을 적용했기 때문에 산업계를 충분히 배려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BAU 대비 30%지만, 산업계에 할당된 감축목표는 18.5%에 불과해 ‘특혜’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게다가 부처 협의 과정에서 산업부 등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1차 연도(2015~2017년)에는 10%를 더 줄여 16.6%(18.5-1.85) 감축비율을 적용했다.

이에 대해 에너지시민회의는 “당초 계획보다 많은 양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받은 산업계가 이마저도 못하겠다고 반발한다면 업계의 이익을 위해 우리와 미래세대의 안전과 생명을 내팽개치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배출권거래제 대상인 500여 기업에게 낮춰 잡은 감축비율을 적용해 1500만톤이 추가로 할당되는데, 이는 가정부분에서 2020년까지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 2190만톤과 맞먹는 양이기 때문에 과도한 특혜라는 것이다.

또한 전력 등 간접배출에 대한 이중규제 논란도 EU와 우리가 여건이 다르다는 점을 고의로 누락한 궤변에 불과하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EU는 우리와 달리 전력시장이 민영화된 상태다. 때문에 전력생산비용이 증가하면 이를 요금에 즉각 반영하게 되며 실제로 유럽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한국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이렇게 전력요금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전력수요가 줄게 돼 전체적인 온실가스 배출은 늘어나지 않거나 도리어 줄어든 경우도 있다.

반면 한국은 전기요금을 사실상 정부가 통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력생산비용이 올라간다고 해서 발전사들이 마음대로 요금을 올리지 못한다. 또한 한국의 산업용 전력요금은 원가 이하이며 가정용보다 낮기 때문에 가정이 기업을 교차지원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렇게 원가 이하의 전력요금으로 대기업들이 한 해 받는 혜택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현실에서 산업계의 이러한 요구는 ‘앞으로도 계속 전기를 마구 쓰게 해달라’는 요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특히 EU가 엄격한 간접배출 관리를 위해 2020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20%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별도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에너지 수요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실행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기약 없는 에너지 수요 관리

한편 배출권 할당 과정에 산업계가 배제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환경부가 즉각 반박에 나섰다. 22명으로 구성된 민관추진단에는 국내 배출권거래제 전문가들이 모두 포함됐으며 분과장은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문가가 맡았으며 그 외에도 현직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문가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업통상부 산하의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철저하게 산업계 편을 들고 있는 연구기관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관추진단체 참여 전문가는 “애초부터 산업계 이익에 맞춰 모든 것이 정해진 상태에서 나머지 전문가들은 발언권이 약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최대 28조5천억원의 추가부담액이 필요할 것이라는 산업계 주장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할당계획에 따른 감축비용은 1조1천억~2조7천억원 수준”이라며 “산업계의 주장은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2015년 시행을 눈앞에 두고 산업계의 요구를 들어주더라도 일단 제도부터 시행하자는 환경부와 이에 반발하는 시민단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산업계 입장이 맞물리면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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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6-05 12: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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