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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水)’은 과소평가 되고 있다 - 물 공급 차질 생기면 막대한 경제적 피해
  • 기사등록 2014-07-18 15: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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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볼 때 중요성과 가격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물은 필수요소지만 동시에 희소성이 부족하면 가격이 낮아진다한정된 자원 활용 통합적 분산관리 필요

생명은 ‘물’이 없으면 살지 못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물은 삶의 필수적인 요소지만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거니와 ‘표준’이라고 할 만한 틀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물의 가치는 시대에 따라, 지역적 차이에 따라 상대적이다. 같은 지역이라도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천차만별이다.

‘물 쓰듯이 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 주변에서 물은 흔히 볼 수 있다. 당장 수도꼭지만 틀어도 깨끗한 물이 펑펑 쏟아진다. 삼면이 바다와 접해있고 큰 강과 하천이 있는 우리나라는 적어도 물 걱정은 안 해도 될 거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300㎜ 정도로 비교적 풍부한 편이지만 강수량의 70%가 여름철에 집중된다. 기후변화로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면서 여름철 평균강수량은 증가하는 추세다.

기상청에 따르면 1980년 이후 30년 동안 전국 45개 지점에서 측정한 6~8월 평균 강수량은 약 720㎜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3년 평균은 1053㎜로 치솟는다.

또한 국토의 65%가 산악인 지형적 특성 때문에 내리는 빗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세계 수자원개발보고서가 우리나라의 물 확보 순위를 세계 180개 국가 중 146위에 올려놓은 것도 모두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물을 무한정한 자원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

물의 가치를 어떻게 환산할까

지난 7월11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주최로 열린 ‘지속가능한 물환경 서비스’ 포럼에서 단연 주목을 끄는 주제는 우리가 물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더스트리얼 이코노믹스 인코퍼레이티드 브라이언 모리스(Brian G. Morrison) 이사는 “물의 가치를 계량화하는 것은 대단히 힘든 작업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효율적인 물 관리와 물의 한계가치 등에 정보 없이 물을 사용해왔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물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될 때 국가 경제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파악하는 것이 물의 지속가능한 사용에 핵심적인 요소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상·하수도 요금이 매우 낮다.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 20~30년이면 정수장과 관거 등 설비가 노후화되는 것을 반영한 감가상각비를 감안하면 턱도 없이 싸다.

그러나 물 공급이 중단된다면 이로 인한 손해는 상상하기 힘들다. 가정에서는 단순히 불편함에 지나지 않지만 산업분야에서는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물을 사용하지 않는 산업분야가 얼마나 될까? 에너지 분야에서도 각종 냉각수 등으로 물이 사용된다. 에너지 수급에서도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다.

포럼에 참석한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물의 가치와 가격 사이에 괴리가 너무 크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는 물을 인프라로 인식하기 때문에 경제를 위해서는 인프라가 낮은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믿고 있어 요금 현실화가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물’은 경제를 위한 희생양

물 뿐만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경제를 위해 물, 에너지, 식량 등이 낮은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 노동력을 포함한 생산요소를 낮은 가격에 묶어놓아야 이를 무기 삼아 수출이 가능하다는, 70~80년대식 사고방식이 여전히 통용된다. 대한민국에서 산업 경쟁력은 아직도 다른 여타의 요소를 찍어 누를 수 있는 ‘전가의 보도(傳家의 寶刀)’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물 공급을 유지하려면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하수도 요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6~8월에 집중적으로 비가 온다는 말은 우리가 쓸 수 있는 우수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말과 같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빗물을 모두 저장하기에는 이미 강과 하천을 포함한 자연이 너무 많이 파괴됐다.

이 같은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는 앞으로 2050년까지 물 사용량이 30~5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 수요 증가 1·2위는 바로 중국과 인도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를 자랑하며 급격한 산업화로 물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도 사정이 별로 좋지는 않다. 아프리카, 그중에서도 사하라 이남 지역은 여전히 물 사정이 좋지 않고 세계적으로 담수가 줄거나 아예 사라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도시 주변의 관계농업은 지하수를 고갈시켜 도시 침하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은행의 마이클 제이콥슨(Michael Jacobsen) 리드스페셜리스트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물 관리는 더는 통하지 않는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물 부족, 사회적 변화, 기술적 변화로 인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물 자원 자체의 원천과 사용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지금처럼 중앙정부가 모든 물 관리를 떠맡을 것이 아니라 통합적 분산관리와 재이용만이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빗물을 저장하기 위한 녹지공간 확보, 물의 재이용을 통한 수자원 절약 등이 상·하수도관을 늘리는 것보다 더 나은 대안이라는 것이다.

물발자국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물발자국(water footprint) 역시 효율적인 물 관리 수단 가운데 하나다. 제품과 서비스 생산 전 과정(Life cycle)에서 얼만 큼의 물이 사용되는 지를 파악하면 우리는 제한된 물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환경규제 역시 물 절약 수단이 될 수 있다. 미국은 1970년대까지 1인당 물 사용량이 증가했지만 1975년을 정점으로 하향세로 돌아섰다. 미국 환경청(EPA)의 규제 도입으로 물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브라이언 모리슨 이사는 “수자원은 사회적 공리를 위해 사용돼야 하며 이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효과적인 투자와 관리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수자원의 한계가 뚜렷한 만큼 공급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속가능한 물 환경 서비스를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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